국민의힘 4.10 총선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영남권 중심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주로 수도권 및 열세 지역구 후보로 나섰던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은 19일 "당이 너무 영남권에 치중된 게 사실"이라며 수도권 민심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의 개입" 등을 문제 삼으며 '당원 100% 투표' 룰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이날 총선 패배 원인 분석과 당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원외조직위원회 간담회에서 130여 명의 원외 위원들은 3시간이 넘는 토론을 진행하고 현재 당원 100% 투표로 이뤄지고 있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골자로 한 수도권 민심 회복 방안을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특히 이날 수도권 낙선자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 개입을 비롯한 당정관계 문제에 대한 불만이 속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노원을에서 낙선한 김준호 전 후보는 간담회 중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대통령실과 관련해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어떻게 우리가 잘 안 됐는지 강한 어조로 말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 전 후보는 수도권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엔 "황상무·이종섭 사태 이후로 저를 노원을의 김준호 후보로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 몇몇 분들은 '대통령실이나 당을 보면 너를 절대 못 찍는다'고 이런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사리가 헤엄을 아무리 쳐도 고래가 잘못된 꼬리 짓을 하면 송사리는 다 죽는다"며 용산책임론을 시사했다.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도 "당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감능력을 상실했다"며 "그것이 용산과의 관계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과정,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비민주성 등 여러 가지 부분들이 다 집권 이후에 우리 당과 용산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결과적으로 누적돼 국민들에게 심판 받은 거것"이라고 했다.
서울 중·성동을에서 낙선한 이혜훈 전 의원은 "용산의 뜻만 받들어서 일사불란하게 가는 당이 아니라 용산과 협력하면서도 건강한 논의를 잘 이루는 균형 잡힌 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차기 당 체제를 "고출력 스피커 여러 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이 영남 중심 정당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분출했다. 오 전 의원은 "지도부가 수도권 민심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전략을 짜고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이런 (수도권 패배) 상황이 계속 벌어질 거다. '영남 자민련'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도 "원내대표를 포함해 영남권, 지도부에 계신 분들이 본인 지역구 민심도 좋지만 여의도나 이 주변에 가면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낸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의장에선 영남권 인사 위주의 당선인 인사 자리를 "하하호호, 희희낙락"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며 "참담했다"는 토로도 나왔다고 한다. 이재영 전 서울 강동을 후보는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 되지 않으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도 저희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당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당대회 룰 변경 △수도권 인사 중심의 지도체제 개편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혁신형 비대위 구성 등이 제시됐다. 특히 낙선자들은 현재 당원 100% 투표로 이뤄지고 있는 전당대회 룰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 이후 전주혜 의원(서울 강동갑 낙선)은 "수도권에서 너무 참패를 했기 때문에 수도권 민심을 전할 수 있는 원외조직위와 지도부 간의 간담회가 정례화 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선적이었다"며 "수도권 중심의 정당, 이런 걸 위해서는 또 전당대회 룰을 개정해야 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준석 전 대변인도 회의 결과와 관련 "'당원 100%로는 민심을 반영 못한다',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비상 상황이란 각오로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배제됐던 보수 인사들을 다시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간담회 후 윤재옥 원내대표는 "내용들을 잘 녹여서 당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하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선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될 일"이라고, 혁신형 비대위와 관련해서도 "당선자 총회에서는 실무형 비대위를 하자는 분들이 훨씬 많고 해서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정한 건 아니"라고 했다.
한편 낙동강벨트 격전지인 경남 김해을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절대적 과제는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겸손한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 일 잘하는 유능한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말해 총선 패배에 대한 용산책임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용산책임론이 거세진 데 대해 윤 원내대표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문제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영남권 중심 당 운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 차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린 같은 당"이라고 원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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