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이 예상을 깨고 이스라엘 영토 공습에 직접 나선 이유로 전문가들은 내부 압력과 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보여주기를 꼽았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확전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공격으로 미국 등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한 이스라엘이 눈에 띄는 재보복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부터 재보복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침공을 거래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전망이 엇갈렸다.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 영사관 폭격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이란은 수십 년간 서로를 적대하며 무기 시설, 과학자 등 요인 암살 방식의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벌여 왔지만 공개적·직접적·전면적인 공격을 수행하진 않았다.
때문에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고위 사령관을 포함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장교 7명을 제거했을 때도 이스라엘은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공습을 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가지 주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억제됐다고 봤고 "이란이 4월1일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분명히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4일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새 방정식을 만들기로 했다"며 "이제부터 이스라엘이 어느 곳에서든 이란의 이익, 인물, 시민을 공격한다면 이란에서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이란 담당 최고 정보 관리를 지낸 노먼 룰이 "중동은 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을 직접 공격하지 않겠다는 레드 라인은 이제 지워졌다"고 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직접 공격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영사관 폭격 보복을 요구하는 국내 압력을 들었다. 벨기에 브뤼셀에 기반을 둔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뉴욕타임스>에 "지난 10일간 (이란) 정권에 가해진 상향식 압력의 정도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에즈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심지어 국영 방송에서도 이란의 억제 전략을 비판하는 해설자를 볼 수 있었다"며 이러한 압력은 새로운 것이며 이는 이란 내 초강경 세력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헸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해 역내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들에 이란의 힘을 보일 필요성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에밀 호카옘 지역 안보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지난 몇 달간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이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들과 친이란 무장 세력 살해를 반복해 왔음에도 이란이 크게 보복하지 않자 친이란 무장 세력들의 불안이 커졌다고 짚었다.
바에즈 국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란이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들과의 "관계 및 신뢰"가 손상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방공망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도움으로 99% 격추된 이란의 공격이 단지 자국민과 친이란 무장 세력에 보여주기식이었는지 실제 타격을 의도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국장은 이란이 더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이번 공격은 사상자와 파괴를 초래하기 위한 설계된 기습 공격보다는 "연극적" 공습에 가까웠다고 봤다. 바에즈 국장도 영국 스카이뉴스에 이란은 이번 공격이 "확전의 방아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려하지만 치명적이지 않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공습을 인근국과 미국에 미리 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4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인접국과 미국에 공격 개시 72시간 전에 이를 통보했다고 말했고 튀르키예(터키) 외교 소식통, 이라크 보안 당국자, 요르단 고위 당국자는 통신에 이란 쪽의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통신에 이란에게 사전 통지를 받은 바 없고 공격 진행 도중 스위스를 통해 이를 전달 받았다며 이란 쪽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무인기(드론) 170대, 탄도 미사일 120대, 순항 미사일 30대 등 발사체 300기 이상을 동원한 이번 공격의 규모로 볼 때 실제 피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AP> 통신은 미 당국자들이 이번 공격에서 이란의 의도는 "파괴하고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것"이었다며 만일 성공했다면 "통제할 수 없는" 확전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 왕립합동연구소(RUSI)의 시드하스 코셜 선임 연구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공격의 규모를 보라"며 "이는 실제 피해를 입히기 위해 설계됐지만 피해를 입히지 못해 이란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분석했다.
유엔(UN)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번 보복 공격으로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없다면 추가 공격 의사가 없음을 시사해 책임을 이스라엘 쪽으로 떠넘겼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14일 관련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이 "역내 전쟁과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이번 이란 공격 관련 회의에서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예상을 깬 이번 이란 공격 이상으로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달리아 셰인들린 연구원은 <가디언>에 "과거엔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별명)가 일반적으로 일을 확대시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상당히 정확"했지만 "문제는 10월7일(하마스 습격)이 판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가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이제 무의미하다. 이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호카옘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이란을 쫓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침공하는 것을 허용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라파 침공, 전후 통치체제에 대한 이견으로 미국 및 서방과 대립하던 가운데 이번 공격에 대한 공동 방어로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이들의 자제 촉구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도 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어떤 반격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어떤 공격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은 14일 공동 성명에서 "이란의 직접적이고 전례 없는 공격을 가장 강한 언어로 규탄한다"면서도 "더이상의 확전을 피하고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나 야쿠비안 미국 평화연구소(USIP) 중동·북아프리카센터 부소장은 <AP>에 이란이 영사관 폭격에 대한 공개 보복과 적어도 초반에는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 행동을 피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 민간인이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란과 이스라엘) 양쪽 모두 현 시점에서 승리를 주장하고 벼랑 끝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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