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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고용보험, 어디로 갔을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尹정부, 고용안전망 강화 대신 실업급여 축소 필요성 제기

수년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19도 어느새 기억 속에서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거나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겠지만,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이동할 때마다 체크인을 하며,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긴장감을 가졌던 기억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제는 흔한 독감처럼 여겨진다.

그 때문인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부분에 쏟아졌던 관심도 흐릿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로 기능하여 우리의 노동시장, 복지제도, 돌봄정책 등의 빈틈을 드러나게 했다. 비록 우리가 원했던 방식으로는 아니었지만, 보완해야 할 사회정책적 미비점을 확인하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유산, 전 국민 고용보험

코로나 시대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미비점 중 하나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초기 방역에서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 경제활동 축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상황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득이 감소했다. 노동시장이 받은 충격의 정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심각한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고용관계 밖에서 일하는 이들의 문제가 심각했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에 일거리가 끊어지거나 고객이 감소하는 등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한 것은 이들이 고용관계 밖에 있다는 이유로 사회보장제도로부터도 배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실업을 보호하는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아니었기에 일감을 잃어도 소득보장의 혜택을 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마련하여 최소한의 대응에 나섰지만, 이들이 과거에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의 손실을 봤는지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들의 소득은 소득보장제도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바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의 유산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고용관계 밖 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의 법제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드러낸 불안정 노동 현실은 그 필요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말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통해 임금근로자에게만 적용되던 고용보험을 예술인과 노무제공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에게 적용하고, 자영업자까지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는 샘이다.

▲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전 국민 고용보험의 진행 현황과 문제점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하고 한 동안 로드맵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2020년 12월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7월 산재보험 적용 특고 12개 직종, 2022년 1월 플랫폼 이용 2개 직종, 그리고 2022년 7월부터 추가 6개 직종에 고용보험에 적용되었다. 노무제공자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022년 4월 기준으로 100만 명을 넘겼고,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159만 명에 이르렀다.

예술인과 노무제공자 등 비임금근로자에게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실시간소득파악 체계 구축 TF를 구성하고 일용소득, 기타소득 등의 파악주기를 월단위로 앞당기는 조치를 취했다. 2021년 일용근로자와 원천징수 인적용역제공자의 지급명세서를 분기·반기별 제출에서 매월 제출로 앞당기고, 같은 해 11월 비원천징수 용역제공자의 과제자료 주기 역시 매월로 조정했다. 사업자등록 개인사업자의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올 1월부터는 인적 용역 관련 기타소득 지급명세서 주기도 매월제출로 앞당겼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취업자의 소득파악 주기를 단축함으로써 전 국민 고용보험에 필요한 노동소득 적기 파악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실현을 위해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고용보험 적용 대상 노무제공자의 범위 확대가 지난 2022년 7월 이후로 멈춰버렸다.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모든 특고 및 플랫폼 직종이 고용보험에 적용되어야 하지만, 19개 직종 적용 이후의 확대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2022~2023년 기간 중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관리체계를 근로시간 기준에서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고 여러 일자리의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실현되지 못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상용근로소득의 간이지급명세서 지출주기를 매월로 변경한다는 로드맵도 2026년까지 2년 유예했다.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을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든 고용형태를 포괄하기 위한 소득기반 인별관리 체계의 첫 단계인데 그 실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2021년부터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던 계획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조용하다.

물론 오랫동안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전 국민 고용보험을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모든 취업자의 고용보험을 위해 필요한 실시간 소득파악체계를 마련하고, 고용보험의 운영체계를 '자격'이 아닌 '소득'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사회보장 행정의 상당한 변화를 수반하는 일이기에 2020년 말에 수립한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이 '지체'된 것이 아니라 '정지'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단지 적용범위 확대가 멈춘 것 뿐 아니라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 구축을 위해 구성되었던 '조세 및 고용보험 소득정보연계추진단'(기획재정부)과 '소득자료관리 준비단'(국세청), '소득기반 고용보험제도개선 TF'(고용노동부) 등이 모두 해체되거나 사실상 논의를 중단했다.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변화가 완결된 것이 아닌데 이를 위한 논의과정이 중단된 것은 의아한 일이다.

▲ [그림] 2020년 12월에 발표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출처: 관계부처합동(2020. 12. 23). '모든 취업자를 실업급여로 보호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지금까지 이루어진 전 국민 고용보험의 운영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무제공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보도된 바에 따르면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고용보험 재정의 2%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단지 0.19%의 급여만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 노무제공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얼마되지 않아 가입지간이 짧은 것의 영향도 있겠지만,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고용보험 행정이 비임금근로자의 실업사유를 분류하고 급여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고,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가 실업급여에 대한 실질적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충분했는지 따져볼 문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가 '달달한 시럽급여'가 되었다면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고, 실업급여를 축소하기 위한 계획이 있음을 시사하였다. 정부의 실업급여 축소 방안을 논의한 토론회에 참여한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윤석열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중지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 국민 고용보험'을 통한 고용안전망 강화의 과제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실업급여 축소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심상치 않은 신호로 읽힌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제출한 공약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 또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제1야당이자 전 국민 고용보험을 기획했던 더불어 민주당의 공약에만 전 국민 고용보험이 언급되어 있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여야의 '합의적 의제'로서의 위치에 있던 전 국민 고용보험이 이제 '당파적 의제'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실현을 위해서는 단지 관련법을 재·개정하는 것 외에 행정적 차원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행정부를 운영하는 집권당이 이 제도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제도가 안착되고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어느새 지나가 버린 것처럼 보이는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취약점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노출한 우리 고용안전망의 허약함은 여전히 해결이 긴요한 문제이며, 이를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로드맵은 지속되어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현 정부가 사회보장제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중요한 부분이며, 튼튼한 고용안전망이 유연한 노동시장의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모쪼록 이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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