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으로 인해 기초과학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학계로부터 나왔다.
1일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의대 증원과 기초과학 위기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국내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68개 부설 연구소의 연합회다.
이날 연합회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붕괴된 정부와 과학자들간의 신뢰관계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의대 증원 문제가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과학기술 발전에 장단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정리했다.
연합회는 "의대 증원 문제에 매몰되어 모든 이슈가 전국의 의료현장과 의대 교육 현실에만 한정됨으로써 (정부) 기대와는 반대로 기초과학에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며 "특단의 대책으로 이공계 대학에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반수생이 대폭 늘어 이공계 대학들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으로 우려했다.
연합회는 정부 대책대로 의대 증원 문제가 잘 풀려 한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중요하고 필요한 일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연합회는 "그로 인해 피폐화될 수도 있는 전국 기초과학 연구 현장을 방치한다면 10년, 20년 후의 우리나라 미래는 과학기술 후진국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그 사례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이 첨단 백신인 mRNA 백신 개발을 하지 못한 이유를 들었다.
연합회는 "최근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mRNA 백신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단순한 기술적 미비가 아니라 기초지식 재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추격형 구조를 넘어선 창의적 선도형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국가 과학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연합회는 △기초학문을 다양성·확장성·보편성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을 정책에 반영하고 △의과대학 교육 혁신과 동시에 이공계 교육 연구에 대한 획기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모든 기초과학 전공 대학원생의 학비·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지원책과 연구 인프라 강화 대책을 수립하고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R&D 예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보장할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 발표 형식으로 의대 증원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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