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드라이브가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사태 출구전략 가운데 하나로 '간호사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지 약 1년 만이다. 야당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재의요구된 간호법안과 전혀 다른 새로운 법안"이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신현영 대변인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지난해 윤 대통령이 '직역 간 갈등 심화'라며 폐기시킨 간호법을, '간호사법'이라는 명칭으로 입법 발의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이 간호법 통과를 호소할 때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더니, 총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허겁지겁 법안을 발의했다. 만시지탄"이라고 꼬집었다.
의사 출신인 신 대변인은 "그러나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사법'은, 간호사의 단독 개원 권한을 법제화하는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규정', 포괄위임 금지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되는 '진료보조(PA) 간호사 규정' 등 직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고 국민의힘 법안 내용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醫-政) 대치 상황에서 간호계를 끌어들여 보건의료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작정이냐"며 "지난해 간호법 거부 당시 정부·여당이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과 기준마저 뒤집으며 진정성 없는 입법 발의를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다만 "민주당은 보건의료계 직능단체들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의견 조율된 간호법을 지난해 말 재발의했고, 언제든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법안을 추진할 준비가 돼있다"며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힘은 전날(27일) 유의동 정책위의장 명의로 낸 보도자료에서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간호사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유 의장이 대표발의했다.
유 의장은 "오늘 발의한 '간호사법안'은, 작년 5월 정부가 재의 요구했던 '간호법안'과 전혀 다른 새로운 법안"이라며 "작년 5월 간호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실종된 비민주적 법안이었으며, 특히,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포괄적이고 모호한 기술('지역사회' 등)으로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한 법안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새로 발의한) 간호사법안은 PA 간호사를 명확하게 제도화하고, 간호사가 학교·산업현장·재가(在家)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뒀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이들의 업무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PA 간호사는 진료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이 불안정한 상태로 일해왔다"며 "간호사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4월 27일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간호 직종 처우 개선 지원 △간호 직종 자격 및 업무범위 규정 △행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간호직종 의료 활동의 법적 근거 등을 담은 간호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같은해 5월 16일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해당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되돌아온 간호법안은 5월 30일 본회의에서 재석 289명에 찬성 178명, 반대 107명으로 '재석 2/3'라는 재의결 요건을 채우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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