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집단행동을 벌이는 의료계를 향해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로 의료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2000명 증원' 방침을 분명히 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용산 청사 브리핑실에서 약 50분 가량 이어진 이번 담화는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생중계됐다.
"국민 괴롭히는 일에 헌법상 책무 이행해야"
담화를 시작하며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시냐"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정부의 의료개혁에 힘을 보태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국민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면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 등을 지적한 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정부가 어떻게 손을 놓고 있겠냐"고 강경 대응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또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정책 추진과 성공의 동력은 결국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라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에게 겸손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깊이 머리를 숙여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제게 주어진 책무를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이라는 과업에서 의사 증원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더 많은 충분조건이 보태지면서 완성될 것"이라며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국민들의 호응을 당부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일부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환자의 곁을 떠났다"면서 "정부에서 여러 차례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통해 전공의들의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의 곁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지만 끝끝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냐"면서 "의료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한 의사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치분 대해선 통지에 대해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일부 의사들은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정원 감축에 장, 차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신임 의협 회장의 강경한 저항을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중구난방으로 숫자 던져...합리적 근거 가져오라"
이어 윤 대통령은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의료계와 의사 증원 논의를 계속해 왔다"면서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 등과 협의한 날짜와 내용까지 상세하게 언급하며 지난 1월 의료단체들에 "적정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 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선 "의대 교육 여건에 관한 서면 검토 및 현장 점검을 실시해서 학교별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했다"면서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 "집단행동을 하겠다면 증원을 반대하면서 할 게 아니라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하라"며 "이제 그만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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