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발생한 의사들의 사직 사태와 관련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사실상 의대 정원 조정안은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이 재확인됐다.
26일 박민수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수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의료계와의 대화 노력을 통해 지금의 이 갈등 상황을 조속히 수습해 나가고자 한다"며 "의료계는 가슴 졸이며 애태울 환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차관은 "많은 국민과 언론,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의료계 내 많은 분들이 대화를 주문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어제 환자단체연합회에서는 '환자의 목숨은 갈등에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정부는 환자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차관은 의대 증원안의 조정은 어렵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며 "정부 원칙은 변함없으며, 정부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 대로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건 없는 대화' 메시지가 나온 가운데 정부 원칙은 변함 없다는 메시지가 나옴에 따라 '조건'에 의대 증원안도 포함되는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관해 박 차관은 "교수님들이 '2000명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맥상으로는 '2000명 증원안'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차관은 "정부가 2000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기자가 '2000명을 유연하게 (의료계와 협의해 조정)할 거냐'를 궁금해하신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보다는 (2000명으로 한) 결정의 근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00명 증원안이 깊은 연구를 통해 나온 만큼, 이를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차관은 "그 (2000명 증원 안이라는) 과학적 근거보다 더 설득력 있고 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그것(재조정안)을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더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으로 맥락상 해석된다.
박 차관은 "교수님 단체들이 2000명 증원을 조건부로 말씀하시는데, 지금은 그런 조건을 따지기보다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환자를 위한 진료의 조속한 정상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같은 날 대통령실의 강경 입장과도 통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미 각 대학에 정원 배치가 완료된 이상 현실적으로도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증원된 인력이 배출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나머지 의료개혁 과제들 역시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와 관련해 '유연한 처분'을 주문했다'는 대목과 관련해 박 차관은 "'유연한 처분'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며 "기존의 '3월에 돌아오더라도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원칙도 현재로서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 진료 체계 유지를 위해 전날 군의관 100명, 공중보건의사 100명을 일선 병원에 추가 파견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공중보건의 47명을 파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총 413명의 지원의가 파견 근무 중이다.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상급종합병원 소속 4065명을 포함해 약 5000명이 활동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상급종합병원 1599명, 공공의료기관 320명 등을 추가 증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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