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을 18일(이하 현지시간) 재차 급습하며 언론인과 의료 종사자들도 눈을 가리고 속옷까지 벗긴 채 구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했다.
20일 미 CNN 방송은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기자인 이스마일 알구울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시파 병원에서 취재 중이었던 자신과 팀 동료들이 병원에 진입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눈가리개가 씌워지고 속옷까지 벗겨진 채 비가 쏟아지는 외부 공간에 12시간 가량 억류돼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알구울의 동료인 아흐마드 알하라진은 자신들은 그저 "앉아 있었다"며 이스라엘군이 "갑자기 급습해 우리를 체포했다"고 CNN에 말했다. 단 이스라엘군은 CNN에 알구울 기자와 그의 동료를 구금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알구울의 동료인 사메르 타라지는 이스라엘군이 그들의 팀이 일을 막 마무리하던 18일 새벽 2시께 알시파 병원에 진입해 그들을 구금했고 "석방을 기다리는 동안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 채였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모른채 대기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풀려날 당시 이스라엘군이 해안가 알라시드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가라고 했으며 "신분증과 휴대전화는 돌려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18일 성명을 내 알구울과 그의 팀이 알시파 병원에서 취재 업무 수행 중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금돼 "심하게 구타당했고 알려지지 않은 장소로 끌려갔다"며 규탄했다. 방송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습격 당시 방송 차량과 카메라, 취재 장비도 파손됐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알구울이 이스라엘군이 취재 장비를 파손하고 언론인들이 사용하는 방에 모여 있던 언론인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언론인들의 손을 묶고 눈을 가리고 옷을 벗긴 채 엎드리게 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총을 쏘겠다고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최소 95명의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가자지구에서 살해 당했다. 이미 지난해 말 가자지구 전쟁 개시 10주 만에 가자지구에서 언론인이 70명 가까이 살해 당하며 단체는 "지금까지 본 것 중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단체는 언론인들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체포, 검열, 위협을 포함해 "전례 없는" 적대적 취재 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의료진 증언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내부를 급습하며 의료 종사자들도 폭행하고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알시파 병원 외과 과장인 마르완 아부 사다는 방송에 남성 의료진은 강제로 옷이 벗겨진 채 "몇 시간 동안 추위에 방치"됐고 "군인들이 알시파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을 폭행했고 이틀간 물이나 음식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체포돼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 갔고 일부는 강제로 병원을 떠나 반나체로 남쪽으로 이동했으며 다른 이들은 병원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CNN은 관련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0일 알시파 병원 부지 안에서 촬영한 영상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시민, 의사, 의료진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병원에 진입했을 때 테러리스트들이 이곳에서 우리에게 대항해 전투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지금까지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테러리스트로 식별된 250명 이상을 체포했고 다른 350명의 테러 연루 용의자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20일 성명을 내 알시파 병원에서 무장괴한 90명 가량을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하마스 쪽은 이를 부인하며 사망자는 모두 병원 내부에 있던 난민과 환자들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양쪽 주장 모두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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