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도피 논란에 휩싸인 황상무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대사가 각각 사퇴하고 귀국했지만, '이종섭·황상무 리스크'로 수도권 민심에 직격타를 입은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의 후처리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역풍을 우려하는 일각에선 이 대사의 자진사퇴와 대통령실 개혁 등 추가적인 요구를 제기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제 다 정리된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이날 오전 귀국한 이 대사와 관련 "한마디로 만시지탄"이라며 "정말 시기가 늦어서 기회를 놓쳤다"고 평했다. 전날 "(이 대사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과 달리 "조치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이 우려되는 그런 상황"이라는 게 안 의원의 판단이다.
안 의원은 '이 대사가 국내에 머물면서 조사에 계속 임해야 한다고 보나' 묻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일단 공수처 수사를 받아서 그 혐의에 대해서 완전히 클리어하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안 의원은 "결국은 국민들께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전달시키는 것"이라며 "이 대사 스스로가 거취 문제로 고민을 한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하는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말해 이 대사의 자진사퇴가 필요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사에 대한 도피성 인사 논란을 비롯해 황 전 수석의 '회칼테러' 막말 논란 등 대통령실발 리스크가 불거지면 여당 내에서는 수도권 민심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안 의원은 이날도 경기도 판세에 대해 여당이 확보 가능한 의석이 "10석"이라 답하며 수도권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그는 "이 정부는 직접적인 국민과 접점이 부족하다다. 그러다 보면 민심과 떨어진 그런 이야기나 결정이나 이런 것들이 할 수가 있는데 그걸 바로잡아주는 게 또 당의 역할"이라고 대통령실을 직격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최재형 의원에게서도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재차 나왔다. 앞서 황 전 수석 사퇴 전 시점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의 사퇴 등 대통령실 인사개편안을 주장한 바 있는 최 의원은 이날 진행한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그러한 개혁이라든지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것은 우리가 뭐 하나 해결했다고 해서 중단될 그런 일은 아니"라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최 의원은 '이 실장이 사퇴해야 하나' 묻는 구체적인 질문엔 "이게 일단 큰 문제를 해결했으니까"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계속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대통령실 개편·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개진했다. 또 그는 '대통령실의 위기관리 능력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보나' 묻는 질문에도 "계속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나갈 여지는 있다"고 답했다.
최근 여당에선 황 전 수석, 이 대사 문제를 비롯해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과 한 위원장이 대립하면서 당정 간의 갈등구도가 다시 불거졌는데, 최 의원은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서도 "일단 당이 주도하면서 이 선거를 이끌어나가도록 이미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해 한 위원장 측에 힘을 실었다.
반면 한편에선 황 전 수석의 자진사퇴와 이 대사의 자진귀국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서울 서대문갑 후보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의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 "황 전 수석이 사퇴하고 이 대사가 귀국하는 이런 것으로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또 그런 위기감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한다"며 "선거 초반에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상당한 지지도를 사실 지지를 얻었는데, 그때 그 민심으로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이종섭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정치적 공세"라며 "(이 대사에 대한) 수사가 민주당의 고발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무슨 재판 과정에서 기소가 된 것도 아니고, 또 재판 과정에서 무슨 유죄가 나온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역공을 펼쳤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어서 뒤늦게라도 일부 후보가 조정된 것으로 안다"며 "그것도 그렇게 수습이 돼 간다"고 낙관론을 폈다.
친윤 성향 언론인이란 평가를 받으며 당에 영입돼 보수 텃밭인 서울 서초을에 공천을 받은 신동욱 후보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전 수석 발언의 경우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의 문제였다. 이 대사 문제도 오늘 귀국하는 걸로 수습하는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다.
신 후보는 2차 당정갈등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철규 의원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의 지적은 상당히 합리적인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사태가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과의 갈등이면 대통령실 출신들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조배숙 전 의원이나 이런 분들은 호남에서 상당히 명망 있는 호남 정치인이신데 이런 분들이 들어간 것이 대통령실의 입김일까"라고 말해 당정갈등설은 부정했다.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전날 비례대표 문제를 저격한 이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갈등이 확산하자 당일 밤 보도자료를 내고 조배숙 국민의힘 전 전북도당위원장을 13번에, 당직자 출신 이달희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를 17번에 재배정하는 등 비례대표 순번을 일부 수정한 바 있다. 신 후보는 이 같은 순번 재조정으로 '비례대표 갈등이 봉합된 건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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