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병철, 정주영 회장의 업적을 극찬하며 기업 총수들을 향해 상속세율 완화를 시사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를 향해선 '무분별한 포퓰리즘',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카르텔' 등 격한 언사로 비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공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1시간 가량 진행한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서다.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 예찬론을 지속해온 윤 대통령의 이날 강연은 '현 정부 대 전 정부', '재계 대 노동계'를 대립항에 놓은 전형적인 갈라치기로 요약된다.
먼저 윤 대통령은 관람객 116만 명을 돌파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을 직접 언급하며 "이승만 대통령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 대통령의 기관차가 달렸다"면서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부터 오늘까지를 돌이켜보면 역사의 고비마다 위대한 결단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 북녘은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토대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농지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이라는 3대 개혁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 토대를 닦았다"고 했다.
아울러 "1956년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1959년 원자력연구소를 순차 설립하고, 원자력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원자력공학과를 만들었다"며 "오늘날 우리 산업의 든든한 토대인 원자력(핵)발전의 기반도 만들었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전세계 저개발 국가들이 수입대체경공업에 주력하고 있을 때 박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수출주도 공업화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기업인들과 함께 진행했던 업무보고를 상기하며 "박 대통령의 수출전략회의 자료를 산업부 창고에 가져다가 먼지를 털어내며 꼼꼼히 읽고 나서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 강의는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을 각각 창업한 이병철, 정주영 전 회장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졌다.
이 전 회장에 대해선 반도체 산업 진출 선언을 강조하며 "섬유에서 비료로, 전자에서 반도체로 시대를 앞서간 이 회장의 혜안이 오늘의 삼성과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회장에 대해선 "조선 신화와 중동건설 신화를 거쳐 (자동차) 포니 신화까지 불굴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병철 정주영 회장을 비롯한 불굴의 도전과 투지로 기업을 발전시켜 온 우리 상공인들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 현대사에 영웅"이라고 했다.
文정부 겨냥 "무원칙한 포퓰리즘이 경제 어려움 가중"
윤 대통령의 강연은 "산업화를 넘어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우리사회에 퍼진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며 이념 갈라치기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정치 이념적 왜곡과 선동이 만연하며 이념 편향적인 정책이 우리 경제를 흔들기도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탈핵)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윤 대통령은 "원전(핵발전)은 우리 산업과 경제의 토대가 되는 것인데, 탈원전(탈핵) 정책을 밀어붙여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린 결과로 그 피해가 우리 산업과 국민 전체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또한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누적 국가부채가) 불과 5년 만에 400조 원이 늘어 100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릇된 이념에 사로집한 무원칙한 포퓰리즘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면서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노조 카르텔로 인해 노동 현장에 불법이 판을 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하면서 힘없는 미조직 근로자들은 오히려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건설 현장에 불법 활동, 소위 '건폭'이 또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면서 "노사 법치는 너무 당연한 과제이고,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맞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자유의 공존이 가능하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며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되, 현장 여건에 맞지 않아 노사유연화를 희망하는 업종과 직종을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도 일한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직무성과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유연 근무, 재택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전 정부와 노동계를 맹공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단지 부의 되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재계의 숙원인 상속세율 완화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1세대를 지나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상속세를 신경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 이런 현실에서 마음놓고 기업에 투자하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일은 상속세 최고 세율이 30%로 우리나라 50%보다 훨씬 낮고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고용도 안정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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