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일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수가 여야를 넘나들며 지역현안 예산확보 과정에 한 여당의원을 통해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사연은 이렇다.
다음달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지난 15일 주말 오전. 전북자치도 순창군수와 친근한 순창의 한 사회단체 L회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뒷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L회장은 올해 순창군에서 국가예산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에 상습 수해복구사업이 포함돼 조만간 설계가 들어간다며 기쁜 소식과 예산이 나온 배경을 한참 설명했다.
이야기인 즉 전국은 물론 전북지역 재해보강사업에서도 후순위로 밀려 있던 이 사업과 관련해 피해가 누적되는 등 지역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최영일 순창군수는 지난해 말 직접 사업 건의서 몇 장을 챙겨서 담당공무원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다고 한다.
최영일 군수는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야 의원을 만났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의 방문도 두드렸다.
최 군수가 지역과 무관한 성 의원을 방문한 것은 그가 국민의힘 호남동행의원의 일원으로 당시 남원·임실·순창지역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군수는 간절하게 성일종 의원에게 현안 사업 여러 건을 설명했고, 성 의원은 즉각 "이 중에서 가장 시급한 사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대뜸 전화기를 들어 해당 부처의 고위 공직자와 통화를 했다.
성 의원은 해당 사업의 시급성을 설명했고, 최 군수는 '부처에서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됐다'고 위안을 삼으며 군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직후, 해당 부처에서는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즉답을 보내왔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전북의 다른 시·군과 경쟁을 벌이고 전북자치도에서는 해당 부처와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했을 사업이 이토록 빨리 처리될 줄은 최 군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회단체 L회장은 "아마 성일종 의원이 평상시에 부처 공무원들과 원만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면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표와 직접 관계도 없는 일에 이렇게 팔을 걷고 나서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진심으로 성일종 의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성 의원은 또 순창군이 공모에 나선 농식품부 주관의 '2024년 청년농촌 보금자리 조성사업'에도 힘을 보태 전국 8개소 중 순창군이 선정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성일종 의원이 순창군의 지역현안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줘 확보하게된 예산은 모두 600억원 규모.
최영일 순창군수도 성일종 의원의 지원에 대해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어쩌다 주말을 맞아 순창지역 관광지에 성 의원의 지역구인 서산과 태안의 주민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최 군수는 버선발로 나가 그들을 맞는다고 한다.
최 군수의 인사말 한 마디에도 주민들은 '바쁜 단체장이 일부러 찾아와 맞아주니 대접받는 기분이고 더없이 뿌듯하다'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자고 화답한다고 한다.
성일종 의원은 종종 지역과 당색을 뛰어넘는 화합의 행보를 자주 보여 눈길을 끄는 정치인 중의 하나다.
그는 매니페스토에서 발표한 20대 국회에서 충남지역 의원들 가운데 공약이행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내 지역구의 내실을 다진 뒤에 여력으로 다른 지역의 현안까지도 챙긴 셈이니 그가 '굶는 집토끼 놔두고 산토끼에나 관심 있는' 부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또 지난 2021년 강민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주관한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인정을 위한 토론회에도 국민의힘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이목을 끌었으며 같은 해 5월 5·18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5·18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이 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공식적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은 그와 정운천 국회의원이 처음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