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간 사람이 1천억 명을 조금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 중 죽을 때 '결코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다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두 권의 책을 안내한다. 먼저는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글, 황소연 번역). 이 책이 번역된게 2009년, 그동안 이 책의 메시지를 수 많은 강연에서, 여러 글에서 인용하곤 했다. 때마침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되어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간의 인용에 조금이라도 빚을 갚는 기분으로 집어들었다. 과연 일본 사람들은 죽을 때 무엇을 후회할까. 정리한 25가지 중 5가지만 나열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호스피스 간병인으로 일해 온 작가가 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브로니 웨어 글, 유윤한 번역). 영국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가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둘째,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셋째,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넷째,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다섯째,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그렇다면 미국 사람들은 죽을 때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미국에서 목사로 일하며 수천 명의 임종 환자들과 영적 대화를 나눈 한인 이민자 2세 준 박 목사가 미국 CNN에 출연하여 들려준 이야기다. (중앙일보 2023. 9. 21.)
"이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주제는 '후회'입니다. 대부분의 후회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 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죽을 때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국내에 이 주제만으로 정리한 책은 아직까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 삶과 내 주변의 삶에 비추어볼 때, 우리 사회에서 과연 후회없는 삶은 가능할까. 가능할 수 있을까.
일단은 누군가가 이 주제를 한번 정리해서 출간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죽기 전 후회와 한국 사람들의 죽기 전 후회를 한번 폭넓게 비교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후회가 어떤 문화적 기반에 자리하는지, 어떻게하면 그 후회를 줄일 수 있는지 다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인간은 존엄하고 인생은 아름다워야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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