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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이어온 장애인 영화제, 서울시가 지원금 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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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이어온 장애인 영화제, 서울시가 지원금 끊은 이유는?

[인터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이상엽 대표 "시민 후원으로 이어가겠다"

서울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22회를 맞이한 영화제가 어려움에 처했다.

이상엽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이하 영화제) 대표는 16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때만이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때도 2년간 지원했다"며 "장애인 인권이라는 이슈가 진보, 보수의 정파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 안타깝다"며 서울시의 지원 중단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정부 때도 여기 저기 후원을 받으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장애와 인권 이슈다보니 기업 후원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장애인인권영화제는 기존 미디어에서 수동적으로만 보여지는 장애인 모습과 달리 비장애인과 동등한 존재로서 주체적인 장애인의 삶을 기록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지난 2003년에 시작됐다. 영화제는 <버스를 타자 :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 등 장애인 운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거점으로 역할도 해왔다. 이 대표는 "영화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인권 감수성의 보편적 확대에 기여해왔다"며 "인권 감수성이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20여년 동안 영화제가 가져온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오는 4월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청 동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 이음홀에서 열린다. (상영 일정 등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s://www.420sdff.com)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영화도 다수 출품

영화제는 또 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영화가 대중들과 만나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특히 노들장애인야학 영화반 학생들이 5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어머니 보고파요>(감독 김홍기)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영화로 휠체어를 타고는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무성한 무덤가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 <4월 어느날 패러글라이딩>(감독 오지우)은 장애인이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느끼는 찰나의 해방감을 보여주지만, 그런 순간을 맛보기 위해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해고노동자 이야기>는 중증장애인을 너무나도 손쉽게 해고하는 차별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았고, <우리는 말하고 싶다>(감독 조상지)는 장애인 시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의 오후는>(감독 서호영)은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을 통해 담담하고 짧게 일상을 담았지만, 장애인의 시선을 바라보는 일상은 새롭고 전복적이라고 유지영 영화제 프로그램위원은 이 다섯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또 영화 내 수어 통역, 음성 해설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공동체 상영'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매년 30곳 이상, 올해도 40곳 이상의 공동체 상영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장연 탄압하는 '오세훈 서울시', 지원금 5000만 원 전액 삭감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 4년간 계속하던 영화제 지원을 올해 별다른 이유가 설명 없이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장애인단체활동 및 행사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을 했고,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하고 2차 발표 심사를 거쳤다.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의 유일한 후보 단체로 경쟁단체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2월 2일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이 '선정단체 없음'으로 발표가 나면서 최종 탈락하게 됐다. 영화제 측은 담당 공무원을 통해 결격 사유에 대해 확인했지만 "영화제의 점수가 높지 않았다. 모든 사안은 비공개로 알려줄 수 없다"며 명확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이후 민원 접수, 정보 공개 청구 신청 등을 통해서도 결격 사유를 따져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대표는 "영화제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에 서울시의 지원 중단에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직접 꾸려가는 영화제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측은 서울시 지원금 5000만 원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 모금을 통해 마련할 생각이다. 후원금 모금에 가수 하림 씨를 포함해 유명 영화감독, 배우, 번역가 등이 동참했고, 재능 기부, 물품 기부 등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그는 "다들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감동이고 고맙기도 하다"며 "진짜 시민들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영화제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 영화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마음을 잘 모아내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진보적 장애인 운동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오 시장은 전장연에 대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시위에 대해 "용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권리중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에 대한 해고 문제로 장애인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이 특정 단체에 편중됐다는 이유로 올해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을 없앴다. 대신 '장애유형별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면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관련 집회에 참석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시위를 벌이다 퇴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뺨을 때려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 13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제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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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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