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사회문제는 '개인 행복의 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양민 피해 지속,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긴장, 그리고 심심찮게 언급되는 한반도 위기설 등 국제적인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인의 취약성과 불안 또한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1. 고조되는 국내외의 위기 상황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고 국제질서는 자국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파편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국제사회 안에서, 개인은 국가 안에서 오직 자국과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경쟁에 내몰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무한경쟁 컨베이어벨트에 떠밀려 올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나 개인의 생존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일어난 국제공급망 교란 현상, 국제기구의 기능 약화, 강대국의 자국 이익 중심주의 강화, 국내 정치 상황의 비이성적 우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정치 상황의 경우 집권 정부여당의 외교·안보·경제·교육·문화 등 국가 모든 측면의 정책 결정과 집행 모습은 작정하고 그 동안의 성과를 퇴행시키려는 것 같은 괴이함을 지울 수가 없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라는 일극 중심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듯했으나, 작금의 국제질서는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축,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축, 그리고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하는 축 등으로 크게 삼분되어져 가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처럼 국제 정세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특히 중요한 힘의 대결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가운데 선 우리 현 집권 세력은 미국에 이른바 '몰빵'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차원적 외교 행태로 인해 대중 수교 이래 없었던 대중 무역적자와 기업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외교에서도 불이익을 자초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연 집권 정부의 이러한 선택을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모하고 무지한 맹목이라고 해야 할까?
남북 관계는 어떠한가? 정부는 과잉 대북 강경 태도로 일관해 힘들게 가진 안보 안전판인 9.19 남북합의 등 그 동안의 성과와 열매마저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있다. 이 같은 평화 프로세스 붕괴 유발 행위로 인해 국내 안보 지형은 연일 불안 징조가 강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이 같은 남북 긴장 수위 고조는 인접 국가 일본의 재무장의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마치 현 한일정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패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군사 영역의 충돌이든 경제 영역의 충돌이든, 또는 외교 영역에서의 충돌이든 갈수록 긴장의 정도는 강해지고 있다. 국내정세를 보면, 사실상 검찰 정권의 형식적 법치주의에 의한 반역사적 권위주의로 회귀, 극단적 무책임정치의 만연, 수구언론의 언론 본연 기능 폐기 등에 따른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 그래도 개인의 행복에 관심을 가져야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는 총체적 문제 대응에 몰입하느라 자칫 개인의 안위를 간과할 수 있다. 사실 2020년 이후 사회적 양극화와 집값 불안정이 주요 문제로 부각했으며, 이후 코로나 위기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불신과 불안이 증가했다는 여러 측면의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개인의 취약성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2년에는 세대별·성별·지역 간 인식 격차와 갈등이 확대했고, 2023년 들어서는 경제·정치·사회·문화 전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불안 사회'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가 잦아지고 있는 모습을 국가통계포털(KOSIS)의 몇몇 지표만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인구구성 비율에서 중위연령은 1960년대 남녀 평균 19.0세에서 2024년 현재 46.1세, 그리고 2072년에는 무려 63.4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향후 직면하게 될 다양한 사회문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은 성별, 연령 등에 따라 각자가 체감하거나 인식하는 심각한 사회문제 분야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 남성의 경우 소득 및 주거 불안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20~30대 여성의 경우 사회통합 약화에 따른 어려움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인다. 이에 비하여 40대 이상 여성과 남성은 각각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와 고용 및 노동 불안정에 큰 관심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문제는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자본과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로 인하여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각자의 몫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청년층만이 아니라,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의 존엄과 가치 행복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헌법은 명백히 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10조).
헌법의 이와 같은 선언이 실효하려면 국가는 적절한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개인의 연령별·성별 사회문제의 주된 관심 분야가 다양화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특정 사회문제에만 전력할 수 없다. 모든 연령층, 좀 더 적극적으로는 모든 개인이 직면하는 주요한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가는 헌법의 명령에 따라 더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3. 분절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유엔 2011년 총회 결의에도 있었듯이, 행복은 인간의 근본적 목표이자 보편적인 열망이다. 이와 같은 보편적 열망은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적 발전과 환경보전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채워야 한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사회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사회문제가 다른 문제의 요인이 되고, 그 반대로 하나의 사회 문제 해결은 여타의 사회문제를 선순환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사회·경제적 발전 및 생태계 보전은 필수적 전제이다.
한편 사회문제는 해결보다 발생이 언제나 앞서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사회문제의 속성에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마침 4년마다 치러지는 홍역과도 같은 정치판 재구성의 시기가 도래했다. 서로 연결된 다종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유능한 개개인이 그 역량을 사회적으로 결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의 역량 결집을 형해화할 수 있는 무능한 정치세력을 퇴출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본다. 이와 같은 정치꾼 선별 작업만이라도 좀 더 이성적으로, 좀 더 합리적으로 한다면 적어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듣도 보도 못한 황망한 이 상황에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복무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은 훨씬 영이 설 것이다. 대중과 사회가 총체적인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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