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의 모든 것은 '생명 시스템'과 '인간의 지능'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둘 모두 엄청난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물결은 인공 지능(AI)과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 두 가지 핵심 기술로 정의된다.
하나는, 합성 생물학. DNA 가닥이 연산을 수행하고 인공 세포가 작동하는 생체 기계(biomachine)와 생체 컴퓨터(biocomputer)의 시대가 열렸다. 기계가 살아 움직이는 곳, 합성 생명체의 시대다.
둘은, 인공 지능. 2012년 <더 커밍 웨이브>의 저자 무스타파 술래이만은 런던에 있는 딥마인드의 사무실에서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습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러던 가을 어느 날, 브레이크아웃(Breakout)이라는 게임을 학습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훈련 과정을 반복해 시청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을 앞뒤로 튕기며 벽돌을 가로로 한 줄씩 깨뜨리는 방법을 학습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벽돌을 가로 열로 한 줄씩 깨뜨리는 대신 벽돌의 세로 열 하나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핀볼(pin-ball) 기계에서나 볼 수 있는 광란의 공처럼 벽돌 세트 전체를 거침없이 깨뜨렸다. 열성적인 게이머에게는 낯설지 않은 전략이었지만, 뻔한 전략과는 거리가 먼 놀라운 전략이었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새로운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16년 3월 서울에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열렸다. 온 세상에 인공지능을 널리 알린 사변이었다. 그런데 이미 인공지능은 '초지능'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오픈 AI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이세돌과의 두 번째 대국에서의 알파고의 제37수를 지적한다. 당시 해설자들은 알파고가 실수하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의 역사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승리의 수를 둔 것이었다. 그는 '그 정도의 통찰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인간은 AI와 합성 생물학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래, 그렇다 치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AI와 합성 생물체 문제를 극복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더 똑똑한 AI, 더 기계적인 생물체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존엄은 유지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엄성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더 읽고 탐구해야 한다. 한 권의 책, 한 권의 과학 잡지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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