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료보조(PA) 간호사에게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까지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를 '의사 괴롭히기'로 규정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호협)는 PA 간호사 활용 폭을 넓히기로 한 정부 방침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7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오는 8일부터 간호사의 심폐소생술 허용안 등을 담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의료현장을 모르고 만든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법상 정부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환자가 간호사의 의료행위로 인해 상태가 나빠져 책임을 지라고 하면 간호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부 방침은 "간호사의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현실성이 없다"고 일침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같은 날 간호협은 논평을 통해 "간호사들은 지난 달 20일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이번 일을 디딤돌 삼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평했다.
이번 일로 인해 PA 간호사 업무가 진료 보조 업무로 제한됐으나 실질적으로는 법의 제한을 넘어 더 적극적인 의료 행위에 참여하던 상황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간호협은 "전문의 중심으로 (의료기관) 인력구조를 바꿔나가는 한편, 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추진해 나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일 발언을 두고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해 자부심을 갖고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경력 발전 체계 계발과 지원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협은 "전국 65만 간호인은 윤 대통령의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경력 체계 계발과 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발언을 환영한다며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지지 발언은 의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의사 중심의 현행 의료체계 개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의 의료계 탄압이 도를 넘었다"고 일갈했다.
주 위원장은 이는 "사실상 수련병원을 전공의 교육을 하지 않는, 환자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며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필요의 근거로 내세운 통계를 두고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보험이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는데, 그 기간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면서 이를 의사가 부족한 증거인 것처럼 말했"으나 "국제적 기준으로도 GDP와 의사 수가 비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 위원장은 "의사 수가 7배 늘어날 때 의료비가 511배 늘어났다는 사실은 뒤집어 생각하면,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 의료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석해야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의사 공급이 증가할수록 의료비 부담이 더 커진다는 논리다.
주 위원장은 한편 의사 커뮤니티에서 의료현장에 복귀하거나 의료현장에 남아 진료를 이어가는 전공의의 실명 명단이 공개되고 이들을 비방하는 글이 게재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회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발언은 제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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