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투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는데도 미국의 군사 지원이 공화당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의 살상무기 공급 가능성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155mm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전해지길 바라냐는 질문에 "한국의 군사적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이 말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26일(현지시각) 유리 김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한미연구소(ICAS)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실질적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그런 물자가 더 많이 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고 밝혀 살상 무기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155mm 포탄"이라며 구체적으로 희망하는 지원 물자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여전히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29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안보지원을 포함하여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전황과 인도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살상 안보지원은 지뢰제거 장비와 픽업트럭 등의 장비를 의미한다. 우리가 지뢰제거 장비 10대, 픽업트럭 100대를 제공했는데 이 장비가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28일(현지시각) 미 국무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협의가 있었다면서도 "미측은 회담에서 가능한 지원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는 일반적인 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우리는) 계속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 답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 역시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기존 입장이 특별하게 바뀐 것이 없고 별도로 말씀드릴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방부에서 크리스토퍼 카볼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작전사령관을 접견하는 일정이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나토와 협력 강화 방안, 한반도 안보정세 논의 외에 현재로서는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지만, 미국뿐만 아니라 나토에서도 살상무기 요구가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입장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베네데타 베르티 나토 정책기획관은 "이미 많은 나토 회원국이 기술과 생산력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과 협력하고 있지 않나. 당장 필요한 탄약 등 군수품을 외부에서 신속히 확보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28일 보도했다. 나토에서도 한국 포탄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2년부터 한국의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간 비밀 합의를 알고 있는 미국의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구매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17일 MBC는 충청도에 있는 군 탄약창 기지에서 대형 화물차를 이용해 탄약창 기지인 진해의 한 부두로 탄약들이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화물 차량 기사를 인용, 155mm 포탄 운송이 지난 3월 28일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은 해당 화물에 대한 '위험물 신고' 서류에서 물건을 실은 곳은 진해, 내리는 곳은 독일 노르덴함 항구라고 적혀있었다며, 이는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기밀 문건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2년부터 거론됐던 한국 포탄이 최근 다시 언급되는 데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상황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중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 역시 해당 지역에서 철수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고 있어, 약 81조 원에 달하는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나토 또는 유럽연합(EU)의 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과 독일 등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와 리지 수낵 영국 총리,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정상급 인사들도 잇따라 파병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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