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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사 받던 중 숨졌는데 개인사로 치부..."경북경찰 정신 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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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사 받던 중 숨졌는데 개인사로 치부..."경북경찰 정신 차려야"

'무죄 추정의 원칙' 없는 경북 경찰의 수사방식...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원칙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과 피의자를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취재 과정에서 본 경북 경찰의 수사방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이들에게 가장 간절한 원칙이고 권리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왜 당신만 부인하느냐"며 비꼬거나,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맙시다"라며 회유하고, 진술증거에 동의하지 않자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면박을 주는 등의 말로 무죄 추정을 무색하게 한다는 게 경북경찰청 특정 부서에서 조사받은 다수피의자들의 주장이다.

필자는 지난 2022년 사기 등 5가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경북 포항시 S사 회장을 취재하면서 경북 경찰의 민낯을 엿볼 수 있었다. 경북경찰청 특정 부서가 S사 회장 A씨에 대해 진행한 수사 과정을 보면 수사 초기부터 무죄 추정의 원칙 따윈 없었고 처음부터 유죄로 단정하고 혐의를 인정하도록 유도하거나 회유하는 과거 군사 정권 수사방식과 다를 바 없었다.

포스코 등에 물품을 납품하는 S사 회장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사기 등 5가지)로 경찰에 긴급 체포돼 조사받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경찰이 주장하는 혐의 모두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S사 대표와 임원으로 있던 A씨의 장남 B씨와 차남 C씨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던 차남 C씨는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강압수사를 호소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억울함과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심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 결국 검찰에 넘기고 검찰은 법원에 정식 기소했다.

이에 포항지방법원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 A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속된 A씨는 억울함에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A씨에게 씌워진 5가지 혐의 모두를 무죄 판결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에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A씨는 구속 253일 만에 모든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본 필자는 정말 경찰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과 경찰의 지능적 수사방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남 C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소가 다름 아닌 당시 청부수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경쟁사 인근이어서 수사와 관련 있음을 추정할 수 있음에도 경찰은 개인적 이유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단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위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동일 수사팀이 조사하면서 수사 초기부터 경찰과 언론이 입을 맞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언론은 고소하고 경찰은 이를 받아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정황이 취재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더 하고 있다.

앞으로 <프레시안>은 고인들과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고 두 번 다시 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건 진상을 밝혀 보도할 예정이다. 경찰은 1990년 '부산 낙동강변 살해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모진 고문에 허위자백으로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장동익씨가 재심 무죄판결을 받고 "100명 진범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한 말을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북경찰청사 전경 ⓒ프레시안(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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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대구경북취재본부 홍준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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