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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팔꿈치 보다 입이 훨씬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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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팔꿈치 보다 입이 훨씬 위험하다

‘사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 1월26일 오전 11시40분께다.

본회의가 끝나고 충남 천안시의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민주당 남성 의원과 국민의힘 여성 의원 사이에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여성 의원은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말과 함께 남성 의원이 팔꿈치로 가슴을 눌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의원은 사진 촬영 직후 사과를 요구했고, 이때까지 남성 의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 보인다.

이렇게 시작된 ‘사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은 여성 의원이 뒤늦게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후 국민의힘 충남도당과 여성위원회는 민주당 남성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여성 의원은 ‘사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날 오후에 적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여성 의원은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가”를 물었고, 답변의 대부분은 “신중하라”였다.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슈에 휘말릴 경우 상처만 남게 될 것”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여성 의원은 고민 끝에 당일 경찰서에서 자필로 작성한 진정서를 해질 무렵에 폐기한다.

하지만 성추행 논란은 여성 의원 의도와 상관없이 일파만파 커져 갔다.

일부 언론은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허위 사실을 퍼트리고, 기사를 본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 의원에게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붓는다.

면전에서 한쪽 눈을 깜빡이며 “이것도 성추행인가” 묻는 사람도 있고 “의원님 한 건 하셨네요”라며 조롱하는 자도 있었다.

여전히 여성 의원을 공격하는 글들이 각종 SNS(누리소통망)을 타고 공유되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여성 의원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면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그래서 기자들 전화도 피하고 마음을 추스렸다. 하지만 허위 사실을 퍼트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면서 뒤늦게 고소장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성 의원 ‘강제추행’ 혐의는 추후 경찰 조사 결과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사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을 ‘사건’으로 만든 장본인은 여성 의원이 아니다.

‘사건’을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들은 이제라도 팔꿈치보다 입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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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장찬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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