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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단군신화? 기업은 '시민'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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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단군신화? 기업은 '시민'이 될 수 있을까

[이세계 민주주의 교실④] CSR을 넘어…기업에 '쑥과 마늘' 대신 무엇을 먹일까

지구가 아닌 이세계에서 눈을 뜬 당신 앞에 주어진 과제는 '마법으로 드래곤 사냥하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서의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연재 ①편 보기 : 트럭에 치여 이세계에서 눈뜬 당신의 정치적 선택은?)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인지, 세계의 청년들은 지금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사고실험이었다.

한 학기 동안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민주주의론' 강의를 통해 이런 토론식 수업에 참여한 대학생들 중 일부는, 그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지구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 독특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아야잔 바이살로바(Ayazhan Baisalova)와 송채연은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기업시민’ 개념을 소개한다.

기업시민은 현대사회의 일반 시민처럼 사회발전을 위해 공존·공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서의 기업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특히 환경 보호와 관련해 기업시민 개념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민주적 책임 이론과의 결합을 통해 기업이 시민으로서 환경 거버넌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민주주의론> 수업 전반기에 정치 공동체를 구성하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까지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추구해야할 공통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논의했던 내용과 닿아있다.

ⓒpixabay.com

환경 보호를 위한 '기업시민'의 역할

경제적 세계화 이후 초국적 기업(TNC)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영역에서 그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기업들은 어떻게 이러한 영향력을 얻은 것일까? 기업과 그 변호 단체는 종종 구조적 힘과 이전(移轉) 위협을 레버리지로 삼아, 정부와 국제기구에 로비를 펼치고 규제·집행 완화를 요구하며 업계만의 행동 강령을 장려한다 (Sklair, Finger and Tamiotti 8).

그리고 환경학자들이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듯, 기업은 그렇게 확보한 글로벌 영향력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주권적 권한을 빼앗고 환경 정책과 결과를 통제함으로써 천연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한다(Miller 174).

따라서 TNC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기후변화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환경 NGO들은 현재의 노력에 대해 회의적이며, 변화는 기업 시민의식과 기업 책임이라는 개념과 관련해 기업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Finger and Kilcoyne).

기업 시민의식과 기업 책임

최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이윤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사회 지향적인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포춘>지는 68년 전통의 'Fortune 100 Ranking'(미국 100대 기업 순위) 선정 기준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을 포함시켰다. (Kidwai).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업 시민의식, 기업 책임과 같은 원칙의 등장과, 비즈니스 임무가 이해관계자와 사회를 포함하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인식 확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민'은 공동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고유한 권리와 의무를 진 국가의 구성원으로 이해되며, 최근에는 기업도 마찬가지도 시민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관점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이윤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CSR을 강조하는 최근의 동향은 정당성과 존경을 얻기 위한 정치적 동기의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Wood; Jamali and Mirshak 250). CSR의 본질은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이므로, 기업은 국제정치 영역과 같은 공공의 환경에서 책임 있는 사회적 행위자 또는 시민으로서 행동함으로써 신뢰와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수한 CSR의 사례가 된 포스코(POSCO)

CSR과 관련해서는 특히 포스코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는 공해가 심한 철강 산업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CSR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철강 산업 전체에서도 가장 높은 CSR 점수를 자랑하며, 재무 보고서에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Bae and Rhee 195). 포스코가 CSR의 표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보고서의 정보 제공 범위와 범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정보, 투명성, 명확한 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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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한국을 넘어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CSR의 원칙이 TNC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서두에서 논의한 기업과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시민의 영향력과 환경 보호

한편 민주주의 체제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기업의 역할은 포괄적인 보고 관행을 준수해 환경 완화율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확장된다. 앞서 살펴본 기업시민 개념과 민주적 책임 이론(정치 행위자는 유권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이론)을 결합해 본다면, 기업은 시민으로서 환경 파괴에 대해 입법자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고 친환경적 결과를 옹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tef and Jabeur 594).

이렇게 기업시민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강력한 정보통신(ICT) 인프라를 통해 환경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Liu and Wang 105260).

이러한 잠재적인 영향력을 고려해 본다면, 어쩌면 국제 환경 정치의 미래는 개인 시민보다도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환경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힘을 가진 포스코 같은 기업시민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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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송경호 박사는 정치사상 전공자이자 개념사 연구자로,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BK21 '혁신 과학기술 시대의 정치적 문제 해결 교육연구단'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문학자들의 모임인 'AI Five'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권, 민주주의, 기후위기, 인공지능, 정치(학)의 변화 등을 키워드로, 다양한 연구 및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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