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4개 야당 대표들이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신 피해자 보상 확대를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유족과 희생자들을 돈 몇 푼 바라는 사람처럼 매도했다"며 "(은폐·축소 등) 죄를 지었으니 특조위를 거부하는 것 아닌가" 꼬집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휘 운영위원장은 1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이태원 특별법 거부 규탄대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은 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구성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대하나"라며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것 아닌가? 진상을 밝히고 조사하면 감옥에 가야 하기 때문에 못하는 건가"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예전에 하신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말을 소환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특조위 구성 요건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입으로만 독소조항이 많은 법안이라고 떠들 줄만 알았지, 언제 한 번이라도 치열하게 이 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한 적 있나" 되물으며 "소통하지 않는 집권여당이 무슨 염치로 합의를 말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조위 구성을 반대하며 '대부분의 진상이 이미 규명됐다'고 하고 있는 정부·여당 측 입장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이태원 참사에 가장 책임이 있는 자 중 하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정부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 자리를 버티고 있는 장관"이라며 "마치 우리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비웃듯이 아직까지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참사 이후 500일이 지난 시점까지 사고 원인도 그날의 진상도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와서 겨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가 결정이 됐을 뿐이다. 참으로 참담하고 암담하다"며 추가적인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거부권을 쓴 대통령이 제시한 (피해자 보상) 방안은 유족과 국민을 두 번 모욕 주는 것이었다. 마치 유족과 희생자 분들이 돈 몇 푼 바라는 사람처럼 매도한 것"이라며 "유가족 분들은 단 한 번도 저희에게 보상·배상 얘기를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태원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여야 협의 불발 상황에 대해서도 "의장이 중재안을 만들었고 그걸 바탕으로 협의에 협의를 거쳐서 양보에 양보를 했다"며 "수정돼 통과된 법안에도 유족들은 많은 아쉬움을 갖고 계셨다. 그때 유족들을 설득한 이유가 '그래도 중재안 바탕으로 통과시켜야만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지 않겠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고 정부·여당 측 태도를 비판했다.
당초 유족들은 독립적 조사에 대한 당사자 참여 보장을 주장하며 특조위 구성과 관련 '유족 측의 조사위원 추천' 조항을 명시하길 바랐으나, 여야협상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추천 4인, 국회의장 추천 3인'의 중재안을 제시했고 야당이 이를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의 성향과 '국회의장과 관련단체의 협의'를 통해 특조위원을 추천한다는 법안 내용을 두고 "사실상 야권 7인, 여권 4인의 불공정한 구성"이라고 주장하며 특별법에 반대해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의원총회 직후 "그간 국회의장 중재안을 중심으로 여야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거의 의견이 접근이 되고 조사위 구성과 관련된 내용, 몇 가지 독소조항을 빼면 합의에 이를 정도로 접근이 됐"다며 거부권 건의 이유가 "(민주당이) 접근된 안이 아니라 애당초의 민주당 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특조위 운영 구성과 관련해 여당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위원장을 임명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은 의장이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했지만, 여당이 끝까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불발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여야에 따라 확연히 다른 셈이다.
윤 원내대표는 같은 달 30일 "공정성이 담보되고 또 전례 없던 독소조항들이 제거된다면 여야 간의 합의 처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별법 재협상이 가능함을 시사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31일 인터뷰에서 "여당이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면 사실상 재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여당이 같은) 방식으로 해서 또 협상을 재협상 하자는 것은 말이 재협상이지 사실상 특조위를 공전시키고 무력화시키겠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월 국회 내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현재의 특조위 구성방식에 대한 '협상불가'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태원 특별법을 연말연초를 넘어 4월 총선 의제로까지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는 법을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거부했다. 하지만 저희는 이것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 했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더 나아가야 한다"고 '특별법 국면'의 확장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후에 22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다시 추진할 생각"이라며 "유가족 분들과 '이제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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