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올해 중 진정되리라는 경제 기관의 전망이 이어졌으나, 소비자가 이를 실제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4년 설 농식품 구매 특성' 자료를 보면,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98%가 장바구니 물가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률이 71%에 달했고,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27%로 뒤를 이었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은 2%였다.
이 가운데 특히 과일 구매가 부담스럽다는 응답률이 65%에 달했다. 소비자의 43.9%는 과일이 비싸 구입량을 줄이기로 했고, 23.6%는 못난이 과일 등 저렴한 상품 구매 방법을 찾았다.
역시 가격이 비싼 육류의 경우 양을 줄이거나 차례상에 올릴 종류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올해 차례상 비용은 역사상 가장 비싼 수준임이 확인됐다.
지난 28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올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28만1000원,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 38만580원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설 차례상보다 각각 8.9%, 5.8% 올라간 가격으로 역대 최고치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전통시장 기준 사과(부사) 가격은 3개에 1만5000원에 달해 전년 설 대비 42.86% 올랐다. 대파는 1단에 4000원이 돼 60% 급등했다.
한편 이는 정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aT는 설을 3주 앞둔 현재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31만963원 수준으로 집계돼 지난해(31만3004원)보다 0.7% 저렴해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통시장은 27만8835원, 대형마트 34만3090원이었다.
aT가 이처럼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정부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비율 인상 등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결론이 자리했다.
정부는 올해 설 차례상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 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할인 지원율은 종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앞으로도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7.36달러를 기록해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 인상은 시차를 두고 사료값, 유통비를 비롯한 먹거리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관련해 주요 기관은 올 하반기까지도 3%대 물가 인상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 내외를 오가다 하반기 들어서야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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