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두고 대통령실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 파문으로까지 번진 당정 갈등 사태가 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3일 충남 서천 화재현장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둘러본 뒤, 같은 열차편으로 상경한 직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고 그게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오늘 회동으로 당정 갈등은 봉합됐다고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다.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것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니까 그런(당정 갈등) 말씀을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보다 30분가량 먼저 현장에 도착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으며,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하고 어깨를 툭 치는 등 친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눈이 많이 내려 혼잡해진 교통 상황을 고려해 오늘 현장을 방문한 당과 정부 관계자 모두 대통령 전용열차로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고 전했다. 열차 동승은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열차 안에서 윤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자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고 길게 나눴다"고만 하고 구체적 내용은 함구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관련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씀은 다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것이고, 그런 말씀보다는 저희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만 했다.
특히 사태의 뇌관이 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며 "그런 얘기를 서로 만나서 대통령님 뵙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에 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건설적인 말씀을 (윤 대통령이) 많이 하셨고, 제가 잘 들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한 위원장은 '민생 얘기만 했다'고 하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이날 두 사람의 화재 현장 회동과 열차 동승 장면을 놓고 이번 당정 갈등이 진화 국면으로 접어든 신호로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 비대위원의 거취 및 공천 여부, 이른바 명품백 논란에 대한 해법에 대한 시각차 등 갈등의 원인이 된 문제들에 대해 양측의 의견 접근이 이뤄졌는지가 남은 변수다. 만약 한 위원장의 말처럼 "민생 지원책"에 대한 대화만 오갔다면, 향후 언제든 다시 갈등이 재점화할 소지가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역에서 이른바 '김건희 명품백' 논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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