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이른바 '증오정치'에 선을 긋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선 "극단 주장들이 주류가 돼버린 소위 개딸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이후 대두되고 있는 극단·증오정치 문제와 관련해 한 위원장이 야당과의 '프레임 대결'에 나선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2024년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다소 극단적 생각이나 주장을 가지신 분들도 넓은 틀 안에서 함께 갈 수 있다"면서도 "다만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 우리 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신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겠지만, 국민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인쇄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허 의장은 지난 2일 "5.18은 DJ 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제목의 글을 1면에 실은 신문 형식의 인쇄물을 의장 비서실을 통해 시의원 40명에게 배포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일부를 회수했다.
같은 날 오전 한 위원장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면 국민의힘은 5.18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우리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정신이라 생각한다"며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이 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 위원장의 발언이 광주시민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허식 의장을 당에서 제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한 위원장의 광주 발언이 빛바랠 상황이 되자, 국민의힘은 당일 저녁 언론공지를 통해 허 의장에 대한 윤리위원회 개최소식을 알리고 해당 결정이 "한 위원장의 엄정, 신속 대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5.18 폄훼' 허식 윤리위 회부…한동훈 "허식이 누구?" 4시간만)
한 위원장은 이날 시무식 석상에서도 "(당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니 그런 (극단적인) 언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런 대응이야말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국민께 확실히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증오정치·극단주장 등의 키워드와 관련 소위 '개딸 전체주의'를 언급하며, 이 대표 피습사건 이후 정치권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증오 정치의 대표 사례로 민주당 내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극단 갈등과 혐오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지고 주류가 될 것"이라며 "극단적 주장들이 수십 년간 내려져온 합리적 생각들을 밀어내고 주류가 되어버린 소위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주위에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피습사건 이후 양당의 극단 대립구도가 증오정치의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 대해서는 이른바 '개딸' 등 극단 세력의 모습을,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포용·혁신 등의 이미지를 강조해 차별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김민수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제1야당 대표가 습격당한 비극적인 사건조차 분노와 갈등의 도구로 이용하며,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협잡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상대 당 대표에 대한 경찰 경호와 관련된 유언비어와 현충원 수행원의 조롱성 발언이 있었다는 낭설까지 만들고 있다"며 전날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 시 언론 등을 통해 일은 '과잉경호' 논란을 증오정치의 일면으로 규정했다.
논평에서 김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증오를 야기하는 발언이나 막말을 사용하는 분들의 자리는 국민의힘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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