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주도 내란'으로 폄훼하는 인쇄물을 배포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4일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은 지금의 헌법정신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강조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이 빛을 바랠 상황이 되자 신속 조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께 언론 공지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소행 등으로 왜곡하는 내용의 자료를 인천시의회에 돌린 인천시의회 의장에 대해 조속히 당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사안을 윤리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해당 결정이 "한 위원장의 엄정, 신속 대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충북 청주시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신년인사회 행사 직후 허 의장 행위에 대한 대응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모르는 분이고 모르는 내용이라 말씀드릴 내용이 아니다"라며 허 의장 징계 의사 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당시 현장에서 그는 허식 의장의 이름을 듣고는 "허 누구요?"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허 의장 행위에 대한 질의를 들을 당시, 같은 날 "5.18 정신은 지금의 헌법정신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언급한 본인 발언을 인용하며 "5.18에 대한 저와 우리 당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허 의장 윤리위 회부 결정은 해당 질의응답이 있었던 이날 오후 5시께로부터 4시간가량 후 공지됐다.
이날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허 의장은 앞서 지난 2일 "5.18은 DJ 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제목의 글을 1면에 실은 신문 형식의 인쇄물을 의장 비서실을 통해 시의원 40명에게 배포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일부를 회수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면 국민의힘은 5.18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우리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정신이라 생각한다"며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이 이날 보인 입장에 따르면, 허 의장의 이같은 행위는 "당의 공식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국민의힘 정강정책에도 어긋난다. 허 의장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의 판단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후 부대변인 성명을 내고 허 의장과 국민의힘을 겨냥 "한 위원장은 오늘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며 "한 위원장의 발언이 광주시민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허식 의장을 당에서 제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정부로 이송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 하는 헌법재판이 의미 있는 헌법재판이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정쟁을 총선 정국 내내로 끌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한다"라고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이와 관련 '여론조사상 다수 여론이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을 피하며 "(특검법이) 왜 악법인지는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했다. 국민 여론보다는 '특검법 자체가 악법'이라는 자당 논지에 집중하는 정면돌파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 청주 출신인 한 위원장은 이날 충북도당 신년인사회 모두발언에선 "청주의 수동성당에서 수동안나유치원을 다녔다", "무심천 뚝방길을 걸어서 모충동 OO국민학교를 다녔다", "진천에 가시면 '안녕케이크'에 가서 우유케이크를 한 번 드셔보시라"는 등 지역친화적인 발언을 남기며 충북도와 본인의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이 특정 지역과 본인의 경험을 연결해 인연을 강조하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일 대구 방문 시에도 "이곳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라며 '보수 텃밭' 대구와 본인의 인연을 강조했고, 같은 날 대전을 방문해서는 "대전은 우리에게는 승리의 상징"이라며 대전과 당의 인연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역시 대전을 방문했을 때에는 "대전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과 희망이 되는 70년대 초반에 제가 태어났다"며 대전과 본인의 인연을 직접 연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인 3일 청와대 영빈관 신년인사회에서는 한 위원장이 강원도를 지역구로 둔 한기호 의원에게 "아버지도 춘천에 사셨고 어머니는 홍천 분이다. 나도 핏속에 강원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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