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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인가 뒷거래인가"… 검사 44명 공수처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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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인가 뒷거래인가"… 검사 44명 공수처에 고발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검찰의 무능일까요? 은밀한 뒷거래일까요? 법이 유독 의사들, 의료기관에게만 더욱 관대해 온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기사를 보고 한 시민이 남긴 댓글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엘리트 계층으로 꼽히는 의사와 검사. 그런데 의사는 범죄를 저질렀고, 검사는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돈도 벌었다.

그동안 셜록의 기사에는 불법 안마방을 운영하며 약 40억 원의 수익을 낸 의사(관련기사 : <안마방으로 40억 번 의사, 검찰 덕에 면허취소 피했다>)와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관련기사 : <‘영적인 힘’ 믿다가… 환자는 죽었고 한의사는 살았다>)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기사를 본 시민들은 쉽게 그들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의심했다. 위에 소개한 댓글 외에도, “의사와 법기술자들은 무슨 잘못을 해도 다시 살아나는가”, “공짜 없는 세상이죠. 저 검사들과 가족의 계좌가 궁금해지네요”라는 댓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손쉽게 하는 이런 의심을 정작 검찰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감사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지적을 받고 나서도.

그 의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셜록이 나섰다. 셜록은 의료면허 취소 위기의 의료인들을 ‘살려준’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셜록은 20일, 검사 44명을 직무유기 혐의(형법 122조)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유죄를 확정받고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 등(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지 않은 검사들이다. 셜록은 직접 작성한 고발장과, 취재를 통해 수집한 증거자료 약 1500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검찰에겐 유죄 확정 의료인 등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대상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사람’.(11월 20일부터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료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유죄 판결을 받은 의료인 등의 면허를 취소하지 못했다. 감사원을 통해 밝혀진 사례만 총 47건이다.(사건 중복에 따라 담당 검사는 44명으로 집계)

▲ 공수처 고발을 위해 고발장에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모습. ⓒ셜록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각각의 사건에서 검사는 왜 의료인 등의 의료면허 취소 사건을 주무관청에 통보하지 않았는지 우선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두 번째, 그중에서도 왜 ‘특정 인물’이 피고인인 사건의 결과만 통보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같은 검찰청 내에서도 어떤 사건은 정상적으로 주무관청에 통보가 된 반면, 일부 사건은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각 관할 검찰청은 모두 같은 시스템에 따라 일한다. 이들 모두 ‘인·허가 관련 범죄통보 지침’(대검찰청 예규)에 명시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통보 의무가 뒤죽박죽 이뤄진 건 의아한 지점이다.

결국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검사들과 해당 사건의 피고인인 의료인 사이에, 유착 관계 혹은 ‘숨은 비리’가 있는 건 아닌지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의 미통보로 면허 취소가 늦어지는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료인 및 약사 중 일부는 ‘취소되지 않은 면허’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가 포함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유독 특정 의료인에 대해서만 통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통보가 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 때에도 해당합니다.(셜록의 공수처 고발장 일부)

셜록은 지난 9월부터,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 47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관련기사 :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47건 리스트, 모두 공개합니다>)

감사원은 2021년과 2023년 정기 감사보고서에서 검찰의 재판결과 미통보로 인해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 등 총 47명을 확인해 지적한 바 있다. 이중 25명은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여기엔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 일부가 포함된다.

16곳의 불법 안마방을 운영한 의사도,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도 그 47명에 속한다. 또한 △징역 3년의 중형을 받고도 의료면허가 즉각 취소되지 않은 한의사 △유죄 판결 이후 3년 8개월이나 지나도록 면허를 유지한 약사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가지고 매달 8602만 원씩 돈벌이를 계속한 한의사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다른 기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영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검찰이 통보해야 할 사건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면허취소 대상이 되는 의료인의 수는 1년에 평균 20명도 되지 않는다.

2017년부터 2020년 4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은 고작 65명. 그중 검찰의 미통보로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이 15명이다. 네 명 중 한 명 꼴, 약 23%다. 면허취소 대상 전체 의료인 수에 비해, 검찰이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건 비중이 너무 높은 상황이다.

▲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셜록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선물한 검사들. 이들은 합당한 책임을 졌을까. 셜록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감사원이 지적한 미통보 사건 담당 주임검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감찰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 13일, 징계 및 감찰 계획에 대해 “대검찰청 정보공개 세부시행지침 제5조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건 그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나 감찰 계획을 밝히지 않기 때문. 공수처 고발과 별개로, 셜록은 대검찰청이 책임 검사들을 직접 징계하고 감찰을 진행하는지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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