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관련 의견 수렴 작업을 이어갔다. 회의에서는 주로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내년 총선 간판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정치 경험 부족, 소모적 활용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 간에 격론이 오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18일 20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나'라는 질문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과정을 거치겠다. 공개적인 절차일 수도 있고 비공개 절차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회의 내용에 대해 그는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며 "사람에 대한 말씀을 하는 분도 있었고 인선 기준을 이야기하신 분도 있었다"고만 밝혔다.
'의견이 모아졌다고 표현하지 않겠다'는 윤 원내대표의 말은 비공개 참석자들이 회의장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전한 회의 분위기와도 일치한다. 하태경 의원은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에 대한 찬반 비율이 "분위기상 반반"이라고, 이용호 의원은 임명 찬성 비율이 "5분의 3", 우려 비율이 "5분의 2"라고 전했다.
찬성 편에 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금 (한 장관을) 아껴 쓰니 마니 할 그런 시기가 아니고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해야 한다. 지지율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설명해 주지 않나"라며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지지율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지지율이 낮은 사람을 인위적으로 임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 해석을 이상하게 낳을 수 있으니 민심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입장을 취해 온 김병민 최고위원도 "한 장관께서 우리 당에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며 "한 장관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경태 의원도 "원외에서 오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존 여의도 문법에서 탈피한 참신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많다"며 "원내 일부는 '비대위원장보다 선거대책위원장이 어울리지 않나. 보석 같은 분이니 조금 다르게 써야 되지 않나' 말씀하시지만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론에 힘을 실었다.
실제 원외 인사인 김성태 강서을 당협위원장은 "지금 현재 상황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아끼는 선수 없이 그냥 가장 국민적 인지도, 대중성이 있다면 그 선수를 제일 먼저 세워야 되지 않나 하는 게 많은 의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호 의원은 "선거 경험이 없고 정치 경험이 없고, 민주당의 프레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대부분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이 큰 그림을 그려야 된다고 이야기한 분들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저도 김 위원장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도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며 "지금부터 총선 끝날 때까지 당이 제일 어렵고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인데 당에 들어오자마자 그걸 다 맡게 되면 본인의 역량이나 장기,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시간을 못 갖고 당무에 매몰돼 거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회의장을 떠나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날 JTBC 유튜브 채널에서 "저는 공동 선대위가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인요한 위원장을 추천했다"며 "의원들끼리 두 번에 걸쳐 회의했는데 나오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첫번째 정치 경험이 있어야 된다. 두번째 대통령과 너무 가깝지 않아야 자연스러운 당정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지에 있는 일명 친윤이라고 하고 좋은 지역구가 있는 분들, 음지에 있는 비윤에 당선 확률이 떨어지는 지역구에 있는 분들을 모아서 공동 비대위를 하면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에게서도 불만이 감지됐다. 동작을 당협위원장인 페이스북에 "비대위 출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며 "비대위와 관련한 이런저런 나의 생각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고 쓰고 이날 연석회의에는 불참했다.
요컨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 이어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참석자를 확대한 이번 연석회의에서도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 여부에 대한 당내 중론이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시기에 대해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 다만 내일, 모레 이틀 간 예산안 처리가, 지금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될 과정이 남아있다. 종합적으로 보겠다"며 "당의 지도 체제 정비라는 것이 오래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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