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또다시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날씨뿐만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북한이 치킨게임을 벌이듯 말폭탄과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미동맹은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초강경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북한의 핵 사용시 "정권 종말"을 초래할 수 있는 압도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며 내년 8월로 예정된 '을지 자유 방패' 훈련에 핵 작전 연습도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북 핵 작전 훈련이 공개적으로 포함된 것은 1993년 중단된 팀 스피릿 이후 31년 만이다. 한미동맹은 이러한 의지를 과시하듯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부산항에 입항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며 맹비난하면서 실력 행사에 나섰다. 17일 밤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8일 오전에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에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무력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남북한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이었던 9·19 군사합의는 이미 백지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동맹과 북한은 유사시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경보 즉시 발사'와 '압도적 대응 준비'라는 군사 태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군사 준비태세 강화는 '상대방이 먼저 핵무기를 쓰기 전에 내가 먼저 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맞물려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미동맹과 북한 모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선제 핵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미동맹과 북한 사이에 소통 채널은 거의 막혀 있는 반면에, 오판과 오인이 끼어들 여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언행이 품고 있는 취지는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두려움을 안겨줘 전쟁을 막아보겠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냉전 시대에 있었던 미국과 소련 사이의 '공포의 균형'을 소환한다. 미소가 경쟁과 대결을 벌이면서도 핵전쟁은 하지 않았던 것처럼, 한반도에서도 공포의 균형을 통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미소 냉전보다 훨씬 위험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소 냉전 시기에는 핵군비경쟁을 통한 공포의 균형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대사급 관계를 비롯한 각종 대화와 소통 채널 유지, 다양한 군비통제 협상과 협정 등을 통한 '전략적 안정'도 동시에 추구했다. 반면 오늘날의 한반도에선 전략적 안정이나 위기 예방·관리를 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전무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미동맹과 북한은 다투면서 닮아가는 철부지 언행부터 자성해야 한다. 자성의 출발점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전쟁불사론'을 방불케 하는 언행이 전쟁 억제 못지않게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 한미동맹과 북한 모두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동기도 없다는 점 역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부디 한 손으론 삿대질을, 다른 한 손으론 주먹을 불끈 쥐고 '건들기만 해봐라'는 식의 철부지 게임을 멈추길 바란다. 전쟁은 일어날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일단 일어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역설을 품고 있다.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국지 충돌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의 교환으로 이어지는 핵전쟁으로 비화될 위험도 품고 있는 한반도에선 전쟁 자체가 '절대악'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