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급진 좌파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고 프랑스 <AFP> 통신과 독일 <dpa> 통신 등이 전했다. 향년 90세.
네그리의 아내인 철학자 주디스 레벨은 <AFP>에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고인은 노동운동을 적극 지지하는 등 마지막까지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레벨은 "그는 끝까지 활동하고 입장을 견지(take a stand)하는 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네그리는 1933년 이탈리아 파도바 출생으로 60년대 후반부터 파도바대학 정치학 교수로 일하며 시위를 조직하고 각종 정치성명을 내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 특히 1960년대 '노동자의 힘'(Potere Operaio)과 1973년 '노동자의 자율(Autonomia Operaia)' 등의 단체를 창립·지도하며 '당의 영도'를 강조하는 레닌주의 혁명이론에서 벗어난 '자율주의' 혹은 '노동자주의'로 불린 새로운 변혁 이론을 정립했다.
1979년 이탈리아 급진 좌파의 알도 모로 총리 납치·살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배·체포됐고, 해당 사건에 대한 결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73년~77년 밀라노에서 일어난 무장세력과 경찰 간의 충돌에 대한 '도덕적 책임'으로 4년반의 형기를 추가 언도받았다. 이는 네그리의 저술과 발언이 무장세력의 활동을 고무했다는 이유로, '자의적 사법'의 사례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네그리는 후에 이 유죄판결을 이유로 2008년 일본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는 4년 넘게 이어진 총리 납치 사건 등 혐의 재판을 받던 중인 1983년 이탈리아 급진당 의원으로 선출, 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등 좌파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학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14년의 망명 생활 후 1997년 이탈리아로 돌아가 2년간 복역 후 가석방·연금됐고 2003년 최종 사면됐다. 이후로는 사망시까지 프랑스에 거주했다.
1999년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공저한 <제국>을 통해 세계적 지성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역시 하트와 함께 쓴 <다중>(2004), <공통체>(2009) 역시 주목을 받았다.
☞네그리의 책에 대한 '프레시안 북스(books)' 서평 보기(링크)
-2008년 촛불의 진짜 '배후'! [철학자의 서재] 안토니오 네그리 외 <탈정치의 정치학>
-다중, 스스로 '군주' 될 수 있겠습니까? [프레시안 books]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의 <공통체>
-"회사 가면 죽는다" 알면서 탈출 못하는 까닭은? [철학자의 서재]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
-<위키리크스> 쇼크…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프레시안 books] 안토니오 네그리의 <네그리의 제국 강의>
-다중의 시대, 우리 모두는 예술가!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안토니오 네그리의 <예술과 다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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