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 절차를 시작하게 됐지만, 당장 EU로부터 나오는 자금은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한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방송 BBC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원조 500억 유로(한화 약 71조 원)를 차단했다"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 이후 '요약 :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자금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본인 계정에 "EU의 우크라이나 가입 협상 개시는 나쁜 결정이다. 헝가리는 이 나쁜 결정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EU의 일부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지원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자금 지원이 민주당과 공화당 간 갈등으로 인해 승인되지 않은 가운데 유럽의 자금마저 지원이 즉각 이뤄지지 않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우리는 아직 시간이 있고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며 "내년 초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합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1월 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EU는 이날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헝가리는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가입국이지만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와 친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 반대해 왔는데, 이날 투표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의 가입 협상 개시 결정에 "이것은 우크라이나와 모든 유럽의 승리"라며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고, 힘을 주는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로 가입 협상이 실시될 또 다른 국가인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의 잔인한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저항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여기에 없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미국도 이번 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EU의 결정이 "역사적" 조치라면서 "유럽과 대서양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러시아와 전장에서 밀리고 있던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방송은 "EU 가입 협상은 수 년이 걸릴 수 있기에, 이번에 협상 개시가 결정됐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의 가입이 보장된 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또한 EU의 정회원이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나, 이번 EU의 결정은 사기를 북돋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방송은 "EU 집행부는 우크라이나가 정의와 부패 척결에 대해 지금까지 취한 조치의 90% 이상을 완수했다고 칭찬했지만, EU 후보국들은 법치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일련의 개혁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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