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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반도체 외교'의 민낯…화려한 말잔치 속 정책은 '역주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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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반도체 외교'의 민낯…화려한 말잔치 속 정책은 '역주행' 중

반도체 산업 리스크는 북한 문제와 재생에너지…김동연 "尹정부, 글로벌 트렌드에 거꾸로 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공동대응하는 '반도체 동맹(Chip Alliance)'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도체 동맹 강화를 위한 길은 아직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등이 한국에 직접 제조 시설을 갖추거나 하는 데 있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캠페인) 달성을 위한 재생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 정권 적폐'와 연결시키고, '탈원전' 기조를 폐기한 것도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물론,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13일(현지시간)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에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함으로써, 이제 설계에서부터 소재·부품·장비, 제조로 이어지는 전 주기를 연결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센터 설립',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등 반도체 분야 양해각서(MOU) 3건을 체결했다.

R&D센터는 지난해 11월,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경기도 동탄 뉴 캠퍼스 조성을 발표하면서 "향후 한국에서 R&D(연구·개발)센터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SML의 제조 시설 유치가 더 중요한데 R&D 센터 설립에서 그쳤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한 발언도 의아함을 자아낸다. 윤 대통령은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위기와 같은 전례 없는 복합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두 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달성을 위해 원전, 수소, 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위기', '탄소중립' 등을 언급했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해당 위기 해소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SML이 지난 해에 낸 연례 보고서를 보면 한국 투자와 관련해 두 가지 사업 리스크가 있다. ASML은 "한국에는 북한과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당사의 사업, 재무 상태 또는 운영 결과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대만과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생 에너지 확보가 ASML 한국 투자의 주요 변수인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탈탄소', '재생에너지'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핵발전소 중심의 '무탄소(CF)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RE100에 대응하는 '한국형 기후위기 대응책'이지만, 세계 에너지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5%로 축소했고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들도 줄줄이 삭감했다.

ASML의 노광장비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장비이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ASML 입장에서도 RE100이 매우 중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줄줄이 RE100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인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언급한 '원자력발전'은 RE100의 재생에너지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ASML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경기도다. ASML을 위한 전담 조직도 꾸리겠다고 한 바 있는 김동연 지사는 최근 호주를 방문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탈탄소,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상당히 거꾸로 가고 있고, 여러 가지 계획들도 정부 임기 이후로 미루고 있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는 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해 경기도 자체적으로 RE100 환경 조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RE100이 필수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세계적인 트렌드에 거꾸로 가고 있어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도 지정학적 위기 해소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한미일 올인 외교'의 반작용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접경 지역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체결한 9.19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하면서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접경지역이자 한국 첨단 산업이 집적돼 있는 경기도 입장에선 정부의 '대결 정책'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9.19선언 기념식에 참석해 " 민생경제의 꿈, 평화의 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평화경제의 꿈, 신한반도 경제지도의 꿈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크라스나폴스키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이 끝난 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대화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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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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