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에 방문해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 정부 일부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며 긴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시작된 이른바 '대반격'의 실패 이후 새로운 전략을 찾고 있다면서, 미군 일부에서 현재 우크라이나가 확보 중인 영토를 지키는 작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군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2024년까지 보유하고 있는 영토를 지키고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지키고 구축하는' 전략을 추구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은 이 전략이 우크라이나의 자급률을 향상시키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시킬 수 있는 상황에 이르도록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러한 전략의 목표가 "러시아가 내년 말이나 2025년 의미 있는 협상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위협을 충분히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략의 변화가 없다면 2024년은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전열이 거의 변하지 않았던 제1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명적인 해인 1916년과 비슷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병원들은 이미 부상당한 군인들로 가득 차 있다. 구급차들은 올해 '반격' 내내 전방에서 왔다 갔다 했다"며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인 전사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바에 따르면 인명 손실은 가파르다"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더 긴축적인 예산으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공화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더 이상의 지출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들도 예산 지원안에 투표하기 전에 새로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측의 비현실적인 요구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문은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많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쟁을 위해 계속되는 미국의 자금 지원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장군들과 고위 민간 관리들은 미국이 무엇을 공급할지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존재하지 않는 서방의 비축 물자들로부터 수백만 발의 포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한화 약 80조 원에 해당하는 61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의 연휴 휴회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정짓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미국에 불러들여 상원에서 연설도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안 통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상원 방문 및 연설이 12일로 계획돼 있는데,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의 마이크 리(유타 주) 미국 상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서 "아무도 젤렌스키의 의견에 반대하는 정당한 이유를 가질 수 없나? 많은 정당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며 "미국의 이익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젤렌스키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이며, 우리는 젤렌스키로부터 명령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조지아 주) 하원의원 역시 본인의 X 계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왜 워싱턴의 그 누구도 러시아와 평화 조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나"라며 "정답은 워싱턴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시 공화당의 J. D. 밴스(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젤렌스키가 마을에 와서 납세자들이 610억 달러를 (자신에게) 더 줘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국경의 안보 확보가 먼저라는 사람들은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국경 안보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상원에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관련 기밀 브리핑에 참석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갑자기 취소됐는데,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정부 여당이 국경관리 강화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표하며 중간에 퇴장, 브리핑 자체가 파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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