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명-비명 간 갈등이 이재명 대표의 내년 총선 험지 출마 요구를 두고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는 자신들뿐 아니라 범친명계에 속하는 김두관 의원,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 등도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대응을 자제하던 친명계도 "탈당 명분 쌓기"라고 역공하는 등 격앙된 모습이다.
민주당 비명계 대표격 인사인 이원욱 의원은 1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자신이 이 대표에게 고향 안동 출마를 권한 것과 관련 "그건 제가 제일 처음 말씀드린 것도 아니다.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이 '앞으로 대구·경북의 희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하며 "그 분은 이른바 친명이라고 불리는 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안동 출마가 실현될 가능성은 몇 퍼센트로 보느냐'고 묻자 "별로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 비명계가 총선 공천에서의 공정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반면 친명계인 당 주류와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이니 걱정할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병기 의원을 후보자 검증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내부 인물들을 봐도 대부분이 친명계 일색"이라며 "당내 공천, 당의 시스템 운영과 관련된 인사들을 대부분 친명계로 앉힌 것은 이재명 사당화의 완성이고, 그 시스템 속에서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원회'에서는 정성평가가 25%인데, 그 25%를 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꼴등 주고 이렇게 하면 이겨낼 방법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런 불이익이 가시화됐을 때 이른바 비명계 의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뭐냐'는 질문에 "그것은 이제 그때 가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 대표가 정말로 통합을 원한다면 그 시스템을 제대로, 비명계·혁신계 의원들도 수긍할 수 있는 인사와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개딸이나 강성 유튜브" 문제를 거듭 지적하며 "예를 들어서 강성 유튜브들에 출연하는 의원이나 후보자들은 앞으로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강성 유튜버들이 함부로 행동을 못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가시적 조치"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비명계 당내모임 '원칙과 상식' 출범에 대해서는 "1차적인 출발은 굉장히 소수로 할 것이고, 지금 마지막 의제·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모임이 탈당이나 신당 창당으로 연결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지 않다. 현재로서는 당을 좀 개선해 보자, 그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자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다만 "12월 이렇게 선거가 본격적인 체제로 돌입을 할 때는 또 다른 논의들을 저희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성호 "李 험지출마? 1만원 있는 사람이 1억 있는 사람에 '전 재산 걸자'는 것"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측근 정성호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이재명 안동 출마' 요구에 대해 "말이 되는 얘기냐"고 격렬히 반발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가 안동 지역구에 가게 되면 거기서 전력을 다해야 될 거 아니냐. 대표를 그냥 안동에 가둬두는 것"이라며 "그럼 안동 가서 출마한다고 안동 지역구 관리만 하고 있느냐? 거기 선거운동만 해야겠느냐?"고 했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이 '이 대표가 솔선수범하면 비명계도 당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고 한 데 대해 "저는 이 의원도 잘 아는 사이지만 그래도 3선 중진 아니냐. 좀 격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아니, 재산 1만 원 갖고 있는 사람이 재산 1억 갖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 재산 다 걸고서 단판 승부 한 번 해보자, 내기해 보자' 이것과 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77%의 지지를 받고 지금 권리당원들이나 지지자들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당 대표, 총선 국면에서 당의 총선 전략을 짜고 공천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당무를 어떻게 해야 될 건지 이런 거 해야 될 당 대표에게 '나하고 같이 험지 출마하자' 이게 비교할 수 있는 거냐"고도 했다.
정 의원은 최재성 전 정무수석 등 당내 일각에서 이 대표의 총선 불출마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야말로 내년 총선의 승리가 본인의 정치 생명을 다 걸고 해야 하고 가장 절실하다.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걸 할 수 있다"면서도 "거기에는 다 열려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이유로 "아직 선거가 많이 남아 있는데 감동을 주겠나?"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 승부수라고 하는 것은 총선 한두 달 사이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때 결정될 문제"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의 험지출마·불출마 권고를 받은 김기현 지도부와 매우 유사한 반응이었다.
정 의원은 또 '원칙과 상식' 등 비명계 모임에 대해서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165명인데 5% 정도 되는 의원들"이라고 일축하며 "결국 '공천권 내놔라', '포기해라', '당 지도부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지도부 폄하성 발언들만 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 권력투쟁적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 당에 뭔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게 원칙이고 상식이냐"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또 '질식할 것 같다'(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에서 나오는 당 상황에 대한 비판에 "입만 열면 민주당이 사당화돼 있다, 팬덤 정치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계속하는데 이게 독재정당이라고 하면 가능한 얘기겠느냐. 얘기 다 자유롭게 하지 않느냐. 자유롭게 활동하고 아무런 제재도 안 가고 있다"며 "만약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 사퇴해라, 당이 사당화돼 있다, 공천 불공정하게 할 거다, 이렇게 계속 얘기하면 견딜 수 있겠느냐. 벌써 해당행위로 쫓겨났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개딸' 등 적극 지지층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민주당 과거 당 대표 중에서 이재명만큼 적극 지지자들에 대해서 자제하라고 여러 번 얘기한 대표가 있느냐?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때도 소위 강렬한 '문빠'라고 통칭됐던 지지자들이 저한테도 많은 문자폭탄 보내고 수없이 국회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냈지만 한 마디도 자제하라는 말씀한 적 없다.오히려 '양념'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이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자제해 달라는 경고성 발언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런데 그 강성 지지자들이 왜 비판하는지를 본인들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끊임없이 지도부 흔들고, 당에 문제제기만 하고 있고, 본인이 민주당 국회의원이 아닌 것처럼 하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 제3자적인, 평론가적인 입장에서 그런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명계에 전례 없이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는 나아가 "그냥 탈당하려고 하니까 면이 안 서니 '나 그냥 쫓아내 달라' 아니면 탈당하려는 명분 쌓기가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까지 했다. 그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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