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으로 내놓은 중진 험지 출마 등 '총선 희생론'을 두고 지도부 주류와 혁신위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윤핵관·중진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 취지의 혁신안을 권고했지만, 정작 권고 대상자인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 등이 이를 무시하거나 일축하는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혁신위 측은 14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한 비공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당초 오는 17일 예정된 현장회의 안건 선정을 위한 사전회의 성격의 자리였지만, 당 지도부와 친윤계가 혁신위의 '총선 희생'론을 무시·반발하는 데 대한 성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의 관계 논란에 대한 의견"이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경진 대변인은 다만 "여하한(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혁신위는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바라는 바를 지향점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의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희생론' 제안 이후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해 나온 혁신위 조기 해체론에 대해 공식 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5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회의 당시 혁신위원들의 기류를 두고 "불만은 좀 표현한 분이 (계셨다)", "최고위에서 일부 (혁신위원) 분들을 자꾸 움직이려고 그러니까 좀 힘들어하고"라고 전했다.
실제로 회의에서는 오는 17일 발표 예정이었던 '4호 혁신안' 발표를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도부를 더 압박해야 한다거나 혁신위 차원에서 '희생 권고'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는 등의 논의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김기현 대표가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혁신위를 비판하자 혁신위 내부의 지도부 비판 여론이 정점에 달했다는 이야기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향에 관해서는 "조금 자제하자, 조금 며칠만 숨 쉴 공간을 주자"라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의 혁신안 수용여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하나도 없다"고 재차 압박했다. 그는 전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선 "몇천 명을 버스로 동원한 사람도 있다"고 장 의원을 직접 겨냥하면서 "윷놀이에서 '빠꾸 도(빽도)'는 없다"고 하기도 했다.
오신환 혁신위원 또한 같은 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심의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혁신의 방향과 그 큰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지금의 당면 과제"라고 당 지도부 압박에 가세했다.
여론도 혁신위 측에 유리하다. 15일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여당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의 53%가 '적절한 요구'라고 답했고, '적절하지 못한 요구'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27%에 그쳐 찬반 의견 격차가 26%포인트에 달했다. 혁신위는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지도부 및 친윤계 압박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그게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혁신위에 대해 연이틀 불편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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