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 다세대주택에는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17가구 거주 중이다. 이들 중 16가구는 KB부동산신탁(수탁자)의 동의없이 임대차 계약의 권한이 없는 임대인(위탁자)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현재 신탁회사인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해 보증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퇴거를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들은 오는 17일 명도소송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14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에 특단의 대책과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유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정태운 씨는 명도소송으로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신탁사기 피해자들을 대표해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아래 그가 이날 발언한 호소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전세가가 급등하던 시절 다들 기억하시죠. 저는 20년도부터 시작해서 저의 집 계약 당일인 21년 8월까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는 더 이상 내 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알아보았으나 잠시 주춤하면 사라지던 시절, 저는 그렇게 첫 전셋집을 계약했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 30살의 저는 전셋집도 계약했겠다. 운이 좋게도 당시 청약 경쟁률이 150대1을 육박 할 때 청약까지 당첨이 되면서 신혼집을 꿈꾸며, 이제 진짜 내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을 칭찬하며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캠코라는 곳에서 찾아와 집이 공매로 넘어간다는 안내문을 주었습니다. 안내문에는 다행히 보증금을 전액 받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5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갑자기 신협이라며 여기 집주인은 신탁회사이고 신탁회사에게 위임을 받은 권한은 신협에게 있다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캠코에서는 부리나케 공매를 중단하였고, 임차인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않은 채 본인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캠코의 실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1. 신탁회사가 소유주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2. 건물에 대출금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였다.
위 2가지의 이유가 중요한 것은, 신탁회사의 존재 또는 대출금을 확인하였더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을 했을 것이고, 소유주라는 신탁회사나 수익권자인 신협은 전혀 임대차 사실을 모른 채 있었을 것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언젠가는 터질 사건이 제게 터진 것입니다. 무권리 계약이라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2017년도부터 지금까지 돌리고 돌리다 이제야 터져버린 것입니다.
과연 이게 문제가 없을까요?? 신탁이란 믿고 맡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을 의미 합니다. 그러나 의미는 싹 사라진 채 신탁은 신탁보수 받으니 그만, 신협은 이자 받으니 그만이라며 모두가 방치하여 일어난 사건입니다. 정부는 이제 정신차리고 신탁회사의 필요성을 검토해볼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이대로 방치를 한다면 세계적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신탁제도가 대한민국에서는 사기의 종류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특별법 안에서도 허점이 있었습니다. 하필 또 그게 제게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들의 주거권을 조금이라도 보장하거나 연장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에서 경·공매 중지 및 유예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신탁사기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신탁사기는 채권자가 경·공매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 명도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은 밖으로 내쫓은 뒤 경·공매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경·공매 유예를 우리가 받게 된다면 더 골치아픈 상황이 오니, 경·공매 유예를 할 수 없도록 집을 비워둔다면? 아무도 공매를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정말 악랄한 기업이 특별법에 조그만한 구멍을 찾아서 그 구멍으로 피해자를 밀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는 17일 금요일에 명도소송 판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살아도 이 집에 살 거고 죽어도 이집 에서 죽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국토부 장관님.
저는 15년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내 집 하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꿈이 코앞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무너진 것을 넘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까지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이거 진짜 이렇게 방치 하실건가요? 우리 청년들이요, 지금 미친 듯이 살고 있습니다. 피해회복을 할 수 있는 방향이 없으니 더 죽어라 일하고 있습니다. 일집일집이 아니라 투잡 쓰리잡하며 빚을 갚아가고 있고 앞으로 생길 빚을 미리 예상하고 죽어라 일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1인가구, 다 무엇입니까. 연애할 시간이 없으니 짝이 없고, 결혼을 못하는거고 돈 열심히 벌다보면 집 생기겠지 했는데 10년을 벌어 모으면 뭐합니까 내가 모으는 돈 보다 집값이 올라가는게 더 빠르게 쌓입니다.
그리고 청약에 당첨이 되어 24년 10월 입주를 앞둔 집은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이자를 안내서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분양포기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청약시에 냈던 계약금은 물론이거니 위약금까지 물어야하고 앞으로의 저의 미래는 개인회생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현실을 앞에 둔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구요. 좀 나와서 쳐다보고 들어보세요. 맨날 똑같은 사람이 와서 마이크 들고 이야기한다고 이게 끝이 아니란 말입니다.
대구 지역 신탁주택 전세사기 피해자인 정태운 씨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오늘(11/14)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오는 17일 신탁회사인 KB부동산신탁의 명도소송으로 당장 쫓겨날 위기에 놓인 신탁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에 특단의 대책과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미래를 이어갈 청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요. 이러한 나라가 아닙니다. 다른 나라가서도 자랑하고 싶고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역사만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들에게도 큰 결심을 보여주세요. 누구보다 경제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우리 피해자이고 서민들입니다. 그러니까 임대인한테 대출 안 해주고 우리에게 대출해주려는 거잖아요 받아내기가 그나마 쉬우니까. 아닌가요? 미래의 자식들한테는 이러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까지 노력 할 것입니다. 저의 지난 15년의 경제생활 허무하게 버릴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명도 중지 명령 내려주시고 전세사기 특별법. 가장 필요하고 시급하고 우리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선구제 후회수' 뿐이라는 점 꼭 알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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