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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다·전쟁’ 언급…동두천은 왜 이리 격앙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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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다·전쟁’ 언급…동두천은 왜 이리 격앙됐나

70년 안보 희생에도 보상 전무…정부 향한 분노 확산

‘정녕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되어야, 진짜 전쟁이 나야지만, 대한민국은 동두천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을 것인가?’

지난 10일 경기 동두천시의회 제324회 임시회 제9차 본회의장.

시의원 7명은 이날 동두천 특별 지원을 촉구하는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첫 문장부터 ‘피바다’, ‘전쟁’ 등의 과격한 표현이 나왔다.

▲동두천시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동두천 특별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동두천시의회

이들은 “동두천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 안보다. 70년 간 미군 기지를 떠안고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나라를 지킨 동두천은 폐허가 됐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상 천지에 당연한 희생은 없다. 그런 만큼 정부는 동두천 특별법을 제정하고, 미군 공여지를 빨리 반환하라”면서 “동두천이 죽으면 대한민국도 죽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를 향한 경기 동두천 지역사회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시의회가 이른바 ‘피바다’ 성명을 낸데 이어 박형덕 시장과 시민사회도 13일 국회에서 대정부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가 미군 공여지 반환과 국가산업단지 조성, 동두천 지원 대책 기구 설치 약속을 10년 넘게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두천시 미군 공여지 현황. 일부 기지는 반환됐으나 사실상 활용 가치가 없는 땅이다.ⓒ동두천시

동두천은 70년 넘게 국가 안보를 책임진 도시다.

시 전체 면적의 42%(40.63㎢) 땅을 6개 미군 기지로 썼다. 일부 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23.21㎢ 땅은 돌려받았다.

하지만 캠프 케이시(14.15㎢) 전체와 캠프 호비 일부(3.04㎢), 캠프 모빌 일부(0.16㎢), 캠프 캐슬 일부(0.05㎢) 등 4개 기지는 여전히 미군이 사용하는 중이다.

2014년 10월 한미안보협력회가 ‘2020년 이후 한국군 전력 증강이 끝날 때까지 반환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구체적인 반환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당시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해 동두천시 지원 정부 대책 기구 설치, 국가 주도 국가산업단지 조성, 반환 공여지 정부 주도의 개발 약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금까지도 공염불에 그친다.

이러는 사이 동두천은 미군 공여지 반환 지연 탓에 해마다 3243억 원(경기연구원 추산)이 넘는 지방세수 손실을 보고 있다.

▲동두천 시민들이 70년 안보 희생에 대한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동두천시

여기에 인구가 줄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면서 3년 연속 고용률(55.9%) 전국 최하위, 5년 연속 경기도 내 재정자립도(13.9%) 최하위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자 박형덕 시장은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에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총리는 면담을 거절했다.

결국 박 시장은 올해 6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나 캠프 케이시·호비 반환 시기 결정과 캠프 캐슬·모빌 조기 반환, 한미국방과학기술센터 동두천 유치 등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5개월이 지난 지금도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결국 시는 지난 3일 신임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다시 면담을 요청하고,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박형덕 시장은 “동두천 시민들은 70년 간 국가 안보를 위해 처절하게 살았다. 정부가 이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라며 “국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얘기하겠다. 시민들과 힘을 모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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