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별로 할 말이 없다",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대화 요청을 거부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 대해 "흔하디 흔한 윤핵관", "주체적인 정치 객체가 아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에 와 맨 앞 줄 의자에 앉은 인 위원장에게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망스럽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영어로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말한 전제조건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발언이 연이어 나오는 당내 분위기의 해소로 풀이된다.
그는 "당신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선택받은 구성원들에게서 온 사람들이고 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강서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해봤나.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해답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이가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경청하러 왔다"고 답했고, 행사가 끝난 직후 서울로 돌아갔다.
행사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 대해 "아주 흔하디 흔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관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평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토크콘서트 직전 진행해 5일 공개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외교는 주권을 가진 국가와 하는 것이다. 나는 인 위원장을 주체적인 정치 객체로 보지 않는다"며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인과의 대화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밝혔다.
그간 인요한 혁신위의 활동을 보면, '통합'을 주제로 한 1호 혁신안에서 이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취소, '희생'을 주제로 한 2호 혁신안에서 의원 정수 감축 등을 의결했지만, 수직적 당정관계와 관련한 혁신안은 아직 채택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지난 30일 서울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수직적 당정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난 온돌방 아랫목에서 큰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물러났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재등장시키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는 '여권 내부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만드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다. 비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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