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인명 구조에 실패해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족은 이에 반발했다.
2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으로부터 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 발생으로부터는 9년 만이다.
김 전 청장 등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승객 구조 시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44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지난 2020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현장 상황 파악 후 즉시 승객의 퇴선을 유도하고 선체에 진입해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김 정 청장 등은 당시 조치에 관해 사과했으나 법리적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되려면 승객의 사망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김 전 청장 등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음이 법리적으로 입증돼야 하지만 검찰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아울러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 해경에는 거짓으로 교신하면서 승객에게 퇴선을 명령하지 않고 자신들만 탈출했고, 이에 따라 다수 승객이 선내에 대기 중이던 상황을 해경이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리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가 무리한 양의 화물을 적재해 예상보다 더 빨리 침몰한 상황도 해경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기는 어려웠다는 점 역시 해경의 무죄 판결 이유가 됐다.
최선의 방법으로 승객 구조에 나서지 못한 점은 인정하더라도, 해경이 당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이 참작됐다.
반면 같은 날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이들은 '사고 초기에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고를 한 혐의를 받았다.
참사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그는 선내 승객 상황 확인, 승객 퇴선 안내 등을 소홀히 한 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참사 관련 승객 구조 과정에서 책임을 묻는 형사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 실패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는 김경일 전 정장과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전부다.
이 선장은 퇴선 명령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승객을 내버려 둔 채 배에서 내린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이 선장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됐다.
이번 선고 후 유가족은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를 규탄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 판결이 해경 지휘부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재판부가 실무담당자들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자들에게는 현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고, 그 과정에서 진상을 밝혀야 할 법원 본연의 책임을 망각한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또 300여 명이 희생당한 참사에서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정장에게만 죄를 묻고 정작 상황 지휘 책임이 있는 지휘부에는 죄를 묻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 단체는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에서 책임의 문제가 있다"며 "재판부는 지휘부에 '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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