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에 관한 지시 및 연루 혐의로 고발당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4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 5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와 관련 관계자 진술에 등장한 이름들이 피고발인 목록에 윤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국방부를 통해 해병대수사단의 고(故)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를 축소시키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이들의 고발 요지다.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와 관련해) 그간 실체적 진실과 관련된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고 진술이 번복되기도 했지만, 최초 수사개입과 지시사항에 대해선 더 밝혀지는 게 없었다"라며 "결국 (진상규명을 위해선) 최초의 (수사축소) 지시와 외압의 주체로 지목된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이 박정훈 대령에게 내린 지시가 수사외압인지에 대하여 공수처가 수사해줄 것을 고발한다"라며 "특히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오늘로 97일이 되는 시점에, 관계자의 증언, 증거가 인멸, 왜곡, 오염될 우려가 있기에 서둘러 이 사건 고발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론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국방부장관 등의 이첩보류 지시 △국방부검찰단을 통한 (박 대령 측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사건 회수 지시 △국방부조사본부를 통한 수사결과 변개 및 재이첩 행위에 대통령 등 피 고발자들이 관여했다고 봤다.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설'은 앞서 전 해병대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지난 8월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결과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라고 주장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선 윤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관련 보고가 이루어졌고 △윤 대통령이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시에 격노해 국방부장관을 질책했으며 △이후 국방부 차원의 수사외압이 시작됐다는 게 대통령실 개입설의 요지다. (관련기사 ☞ '대통령 격노' 진실은? 해병대 수사 '외압' 시간순으로 살펴보기) 박 대령은 8월 제출한 진술서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수사개입) 됐다"는 말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후 국방부와 해병대, 대통령실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일제히 해당 내용을 부정했지만,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7월 31일을 기점으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돌아섰다는 점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안보실이 해병대수사단에게 수사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는 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또한 사태 초기엔 박 대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 등을 들어 '해병대 수사외압 사태에 국방부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인들은 이날 제출한 고발장에서 이 같은 정황증거들을 들어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방부장·차관, 국가안보실 2차장 및 국방비서관만 교체되었을 뿐, 그 외압의 실체에 대해서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과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기능이 공정하게 행사되었는지, 해병대원 사망사건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변의 백민 변호사는 "만일 대통령실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행위들은 모두 대통령과 장관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군 사법체계를 망가뜨리는 것이며 민간경찰이 가진 수사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외압 행사의 가장 '윗선'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소속 피고발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 또한 "해병대사령관, 국방부장관 등이 결재까지 마친 (채 상병 수사 관련) 사안이 왜 갑자기 뒤바뀌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7월 31일 용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지시와 논의가 있었는지, 그날 오전 12시경 국방부장관이 누구의 지시로 왜 수사이첩을 보류토록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가 실제 대통령실 개입설에 대한 수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의 면책특권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다만 이날 고발인들은 "(법률전문가들은) 해당 헌법 조항을 '기소되진 않지만 수사할 순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하지 않더라도 (공수처는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증거를 확보, 증인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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