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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민주당이? '철도민영화 촉진법' 법안 처리까지 한 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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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민주당이? '철도민영화 촉진법' 법안 처리까지 한 달 남았다

[기고]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 국토부는 왜 반길까

지난 9월 19일 국토위 교통소위에서는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철산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최인호 소위원장은 11월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며 회의를 종결했다.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실상 '철도민영화 촉진법'이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가장 반기는 법으로, 과거 철도민영화 논의에서 민영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꼽힌 독소적인 내용이다.

IMF 직후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한국 철도의 민영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철도청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철도청을 운영(한국철도공사)과 시설(철도시설공단)로 분리한 후 운영부문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민영화하는 계획이었다.

철도민영화계획은 노무현 정부에 와서 폐기되고, 철도청은 이른바 운영(상)과 시설(하)로 분리됐다. 다만, 철도 안전을 위해서는 시설유지보수업무와 운영업무 간 인터페이스에서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므로 시설유지보수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2000년 7월 건교부가 철도민영화 방안 마련을 시작한 계기는 1999년 건교부가 발주한 '철도구조개혁 실행방안(민영화) 개발용역'이었는데 심지어 이 보고서조차 "한국의 철도선로용량 및 수송밀도를 감안할 때 건설공단의 유지보수 업무와 운영회사의 수송업무 간의 인터페이스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므로 유지보수 업무의 수행은 운영회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실행방안으로 도출했다. 2002년 건교부 철도구조개혁추진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시설유지보수업무의 철도공사 위탁방안을 채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철도청의 운영-시설 분리(이하 상하분리)는 철도청과 건설공단, 정부, 노조와의 지난한 논의 속에서 이뤄졌다. "다만,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38조의 단서조항은 당시 노무현 정부와 철도노조 간 철도안전 확보를 위한 고민 속에서 탄생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었다.

▲15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철도파업 지지 범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노무현 정부와 철도노조의 합의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헌신짝 내팽개치는 법안이 바로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이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기관 간 의견조율 노력도 없이 형식적인 토론회 1차례만으로 추진된 졸속입법이다.

지난 9월 19일 열린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철산법 38조 단서조항 삭제'안을 놓고 의원들이 벌인 논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당의 경우 한준호 의원만이 국토부가 진행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이견을 제시했고, 다른 민주당 의원은 침묵을 지키거나 당장 단서조항을 삭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단서조항이 삭제될 경우 변화될 철도 안전 환경과, 종사자들의 고용, 안전업무의 외주화가 가져올 노동자의 안전 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민주당 홍기원 의원을 비롯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진접선과 SRT의 등장, 그리고 이후 등장할 GTX를 거론하며 철산법을 제정할 당시와 비교해 철도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열차운행은 서울교통공사가, 역운영은 남양주도시공사가 시설유지보수업무는 철도공사가 하는 기형적 구조의 진접선은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시행령의 광역철도 사업비 분담비율 개정 이전에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광역철도 건설에 있어 건설운영주체가 지자체일 경우 재정 부담이 40%나 되다보니, 남양주가 재정 부담을 25%로 낮추기 위해 정부재정구간으로 건설하도록 요구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했다.

국가가 건설운영주체로 추진된 사업은 철도공사가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진접선 기본계획 고시(2013년 12월) 이후 대광법 시행령이 개정되어(2014년 03월) 건설주체가 누가 되든 정부가 재정의 70%를 책임지게 됐다. 향후 진접선과 같은 사례는 재발할 우려는 없다. 진접선과 같은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의 유지보수업무는 지자체가 책임지면 된다. 따라서 진접선에 국한해 운영과 시설유지보수 이원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토위에서 원포인트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

두 번째는 SRT의 등장이다. SRT 운행 구간은 철도공사가 유지보수업무를 맡고 있다. SR은 출범 당시부터 유지보수 관련 조직과 예산 없이 탄생했다. 운영은 SR이 하고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하는 이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안전관리가 소홀해진다고 주장하려면, SR 설립 당시 SR이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를 비롯해 아무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 철도공사는 철도사업법상 당연사업자로서 수서~평택 노선을 운행할 수 있고, SRT가 사고가 나면 KTX가 이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와 철도노조는 노사정 협의를 통해 SRT와 KTX의 수서역과 서울역 교차운행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더욱이 문제될 일이 없다.

남은 건 GTX다. GTX 노선은 정부재정구간과 민자 구간이 섞여 있으니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유지보수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홍기원 의원 주장이다. 이런 이야기가 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SOC분야에 지난 25년 평균 5조원 내외에 그쳤던 민간사업 투자규모를 10조원까지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철도 분야에서 주요 민간투자 노선은 단연 GTX이다.

올해 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한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민영화, 민간투자 확대사업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게 민주당의 방향이 아닌가? 국민들도 민자사업에 불신을 보내고 있다. 요금은 비싸기만 한데, 사업 절차나 정보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대응에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최근 기후 대응을 위해 서울시가 발표한 '기후동행카드'에서도 민자철도 신분당선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요금 인상도 가장 가팔랐던 노선인데도 말이다. 한편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조차 교통소위에서 철산법 개정안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국철도노조가 지난달 14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민자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법안을 발의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미 엎어진 물이니 그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치자는 건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꼴 아닌가? GTX 노선에서 운영과 시설유지보수 이원화가 우려된다면, 철산법 개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민간투자사업 확대 기조에 대한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공공이 사업을 주도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정상적인 경쟁체제를 끝내 철도민영화 논란을 차단하고, 철도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철도공공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민주당의 지향이 불과 1년 반 사이에 몇몇 의원에 의해 어이없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이를 가장 반기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다. 삼일회계법인 용역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이 운영사인 철도공사로부터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분리해야지만, 민간을 포함한 신규 운영사의 시장 진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주)SR도 모자라 제3의 제4의 운영사를 등장시켜 철도경쟁체제를 확대하려는 국토부의 야욕은 조응천 의원의 개정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철도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노동진영과 민주당의 관계는 경색되고, 국토부와 민자철도 투자자들은 손 안대고 시원하게 코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이 불과 5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민영화를 견제하고 기후 위기와 같은 시대적 과제 대응을 당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민주당이 선택할 전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진접선이 있는 남양주는 조응천 의원 지역구이고, 홍기원 의원 지역구인 평택에는 SR본사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맞물려 법안 처리 과정이 당론과 당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장판 거래로 전락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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