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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인질(人質)’과 한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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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인질(人質)’과 한자어

필자는 수업 시간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말을 할 때도 어휘의 선택이나 활용에 있어서 전혀 의미가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단어의 뜻을 바르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달이 났다.”고 해야 하는데, “사단이 났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와 같이 전해 들은 말로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다 보면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자어의 발음에 있어서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에 우리 학교 근처의 대학 총장이 책을 하나 내고 팔자에게 보내 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두부터 차근히 읽어 가려는데 뭔가 잘못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겸손하게 머리말을 써 내려갔는데, 마지막 부분에 ‘00대학교 총창 000식’이라고 써 있었다. 차라리 이름만 쓰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한자로 자기 이름 뒤에 ‘識’이라고 쓴 것을 보고 그대로 그것을 한글로 써 넣은 것이다. 이 識(식, 지)이라는 글자는 ‘알다’라고 할 때는 ‘식’이라고 발음한다. 지식(知識), 상식(常識) 등과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식(識)이라는 발음으로만 알고 있다. 이 글자가 ‘기록하다’라는 의미로 쓸 때는 ‘지(識)’라고 발음한다. 그러므로 서문이나 머리말, 혹은 발문을 쓰고 여기에 識이라고 쓴 것은 ‘쓰다’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최태호 씀’ 혹은 ‘최태호 기록함’의 의미로 쓰인 것은 ‘지’라고 발음해야 한다. 한자로 쓴 것이 아니라면 ‘지’라고 쓰든지, 아니면 ‘기록하다’라고 한글로 써야 한다. ‘000 식’이라고 한 것은 정말 무식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을 하는 지식인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인질(人質)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뉴스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아마도 한자로 기록하고 읽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인질극(人質劇)’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과거에도 인질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다. 테러나 은행강도 등의 좋지 못한 일들이 자주 있었던 시절에 자주 듣던 말이다. 그러나 이 표현 또한 옳지 못한 것이다. 요즘은 인질이라는 말이 표준어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발음이 달랐다. 인질(人質)의 사전적 의미는 “1.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담보가 되어 상대편에게 억류된 사람 2. 예전에, 나라 사이에 조약 이행을 담보로 상대국에 억류하여 두던 왕자나 그 밖의 유력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발음상의 문제가 있다. 원래 질(質) 자(字)는 ‘바탕 질’, ‘볼모잡을 지’로 두 가지의 발음이 있다. 다시 말해서 ‘볼모로 잡고 있다’고 할 때는 ‘지’라고 발음해야 한다. 뉴스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인지극(人質劇)이라고 써 놓고는 습관적으로, 혹은 무식의 소치(所致 : 어떠한 까닭으로 빚어진 바)로 ‘인질극’이라고 읽어 왔던 것이다. 이것이 이제는 표준어로 굳어 버렸다. 지금은 어느 사전을 찾아보아도 ‘인질’이라고 찾아야 사전에 나타나지, ‘인지’라고 찾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의 발음도 바뀌고, 의미가 현대에 사용하는 그것으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말의 표준어 규정에는 ‘서울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표준어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인질’이 표준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문으로 된 전적을 읽을 때는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에는 반드시 ‘지’라고 발음해야 한다.

위에서 두 가지의 예를 보았다. 하나는 식(識)의 발음 문제인데, 이것은 아직도 ‘알다’라는 의미로 쓰일 때에는 ‘식’으로 발음하고, ‘기록하다’라고 할 때는 ‘지’라고 발음하고 그렇게 써야 한다. 하지만 인질(人質)의 경우는 다르다. 지금은 완전히 ‘인질’로 발음하고 써야 하지만 한문으로 읽을 때,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 때에는 ‘지’로 발음해야 한다. 그러나, 인질극이라고 할 때는 ‘인질’을 표준발음으로 규정하였다. 무식한 것이 지나치면 유식한 것을 넘어설 수도 있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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