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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위기' 아제르·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 휴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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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위기' 아제르·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 휴전 합의

군사 작전 24시간 만에 분리주의 지역서 32명 사망…'우크라전 탓 중재 소홀' 러시아 책임론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됐던 아제르바이잔과 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이 24시간 가량 지속된 무력 충돌 끝에 20일(현지시각) 휴전에 합의하며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아제르바이잔이 영토 내 위치한 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당국이 "러시아 평화유지군 중재로 20일 오후 1시부터 적대 행위의 완전한 중단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쪽도 휴전이 성립됐음을 확인했다.

휴전 조건이 즉시 공개되진 않았지만 <AP> 통신은 아제르바이잔 국방부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군 부대 및 장비를 철수하고 이 지역 자치군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쪽은 아제르바이잔 중부 예블라흐에서 만나 21일 만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전날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하며 이 지역에서 최소 32명이 숨졌다. 분리주의 정부 쪽 인사는 <로이터>에 사망자가 100명에 달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리주의 정부 당국은 이날 새벽 3시 기준 어린이 2명을 포함해 민간인 7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됐다며 아제르바이잔군이 민간인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전날 아제르바이잔군이 이 지역 수도 격인 스테파나케르트 주택, 학교 등 민간 시설을 군용 항공기를 동원해 폭격했고 전력 시설도 겨냥해 12만 인구 전체가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아제르바이잔 쪽은 이번 공격이 자국 영토 내 불법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아르메니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테러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19일 성명을 내 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고 이 지역에 주둔하는 아르메니아군이 "무기를 내려 놓고 항복할 것"을 작전 중단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엔 아르메니아군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또 작전에서 "고정밀 무기로 군사 시설만 겨냥해 무력화하고 있다"며 "아르메니아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민간인 및 민간 시설을 목표로 했다는 정보는 완전한 허위"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말 아제르바이잔 쪽이 아르메니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인 라친 회랑이 아르메니아인들이 무기 밀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용을 제한한 뒤 이 지역 갈등은 계속해서 고조돼 왔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이 지난 7월 이 회랑을 전면 봉쇄해 인도주의 지원까지 막히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 의약품, 연료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아르메니아 쪽은 이를 "잔학 행위"로 비난해 왔다.

지난 18일 라친 회랑과 아제르바이잔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통하는 아그담 도로를 통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구호 물자가 이 지역에 도달하면서 잠시 긴장이 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19일 이 지역에서 지뢰 폭발로 민간인 2명과 경찰관 4명이 사망했다는 발표 뒤 수 시간 만에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대테러" 군사 작전을 개시하며 다시 갈등이 커졌다.

아제르바이잔 쪽이 작전 중단 조건으로 분리주의 세력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해 이번 충돌이 이 지역 "3차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19일 성명에서 "대테러 조치가 중단되려면 불법적인 아르메니아군이 백기를 들고 모든 무기를 넘겨야 하고 불법 정권은 해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테러 조치는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있지만 아르메니아계 인구가 많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소련의 주변국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진 1988년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 및 아르메니아와의 통합을 요구했다. 분리주의 세력은 그 뒤 1994년에 끝난 걸친 1차 전쟁에서 이 지역 상당 부분을 장악했지만 2020년 6주 간 이어진 2차 전쟁에서 1차 전쟁 점령지의 많은 부분을 상실했다.

2차 전쟁이 러시아의 중재로 종료된 뒤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분쟁 지역 경계 및 라친 회랑에 주둔시키고 있는 상태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된다.

아르메니아 정치학자 알렉산더 이스칸다르얀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공격이 단지 평화 회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작은 도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아제르바이잔이 카라바흐 전체를 점령하고 아르메니아인들을 몰아내고자 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2020년 전쟁 뒤 러시아 및 서방 국가들이 이 지역 협상을 중재 중이지만 영토 경계 등 주요 문제에서 난항을 겪으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며 이 지역 갈등 관리에 힘을 쏟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시아는 라친 회랑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음에도 아제르바이잔의 봉쇄를 막지 못했다. 러시아 쪽은 평화유지군이 공격 개시 몇 분 전에야 이번 작전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와의 관계는 멀어진 상태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군사 동맹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일원이지만 올해 CSTO 연례 훈련을 자국 영토에서 개최하는 것을 거부했고 이달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을 벌였으며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일 공격 소식을 접한 수백 명의 아르메니아 시민들은 수도 예레반 정부 청사 인근에 모여 정부에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군사 작전이 시작된 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및 국무총리와 통화해 작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도 20일 성명을 내 "적대 행위 즉시 중단"을 촉구했다.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친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이 군사 작전을 개시한 19일(현지시각) 이 지역 수도 격인 스테파나케르트에서 주민들이 대피소에 피신해 있다. 양쪽은 20일 휴전에 합의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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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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