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죠. 당연히 확대돼야죠."
"공공병원은 진짜 빨리 지어야 해요. 코로나 겪어보니까."
'공공성 페스타'에서 만난 시민들이 이렇게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6~8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공공성 페스타를 개최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또한 페스타에 참여, 길을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공성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55명 전원이 '공공성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공성'에 대한 설명과 확대 요구에 끄덕이며 동의했다.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집회에 참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했다.
공공성 페스타에서는 건강보험, 의료, 통신서비스, 가스, 공공교통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부스가 열렸다. 누구나 의료에 접근이 쉬워야 하고 누구나 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통, 돌봄, 의료, 국민연금, 에너지 등의 재화‧서비스는 모두에게 필요하기에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성이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공공성'은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
공공성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모두에게 필요한 재화‧서비스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가가 그 책임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민영화는 국가가 운영하던 기업을 민간부문에서 경영하게 하는 것이다. 사회필수적인 분야에서 민영화 정책이 이뤄지고, 하여 그 분야가 공공성을 잃는다면 그 부담은 모두 시민들에게 돌아가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공공성이 후퇴되는 것들
최근 공공성을 더욱 생각나게 한 경험은 공공교통이다. 지난 8월 12일 서울시 버스요금이 인상되었던 첫날, 버스에서 요금 인상에 대해 시민들이 수군대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적자라니까 어쩌겠어"라는 말들이 들렸다. 버스 요금이 300원 인상되었고 지하철은 오는 10월에 인상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공교통 요금은 '개인이 알아서' 할 몫이 아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은 2015년도 인상 이후에도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수요변화에도 인상 없이 유지돼왔고, 코로나19까지 겹쳐 22년 적자 규모만 지하철 1조 2천억, 버스 6600억까지 늘어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인상 이유를 밝혔다. 비용을 올리니 적자의 책임이 시민들에게 왔고, 시민들은 노인 등 교통약자 무임수송 정책의 대상을 탓하게 되었다. 그런데 교통약자 등 일부계층의 무임수송이 부당한 일인가, 가난해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 '공공'교통의 기본전제다.
서울시는 교통요금만이 아니라 돌봄공공성에도 손을 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2019년 설립되어 서울시민에게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서울시 돌봄 전문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사원 출연금 168억 원 중 100억 원을 삭감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7일 서사원은 시설 통폐합, 공공위탁시설 운영 종료, 민간기관 지원 집중 등 '자체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민간 전환, 즉 민영화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갔다. 노동자들은 해고를 당했고, 이용자들은 이제 알아서 민간기관을 찾아나서야 한다.
서울시는 지자체 중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인데도 공공의 몫을 기업에게 넘기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서울시보다 예산이 적은 지자체들의 경우 민영화의 유혹이 더 쉽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 공공성이 저해되고 민영화가 추진되는 일은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명절 기차표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가 9월 14일부터 1차 총파업을 선언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도 철도 민영화 때문이다. 정부가 'KTX와 SRT 쪼개기'를 통해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속철도를 KTX와 SRT로 분리해서 운영하고, 운영과 시설, 기능을 분리하고, 다시 시설‧정비‧관제 등 업무를 분리해 민간 기업에 맡기려 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를 먼저 겪고 다시 공공화로 돌아간 영국의 사례가 있다. 영국은 1993년 철도민영화법이 제정되고 1997년에 민영화가 되었다. 이전에는 영국철도공사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되던 철도 산업이 선로, 여객운행, 화물운송, 열차임대, 유지‧보수 등 여러 영역으로 쪼개졌다.
여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운영하면서 표 값이 불규칙하게 변동되니 영국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시민들은 또한 철도를 안전하게 이용하지도 못 했다. 1997년 런던 서부 사우스홀에선 기업이 비용을 아끼려고 자동열차보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9년 런던 패딩턴 역 근방에서는 신호 시설이 부족해서 열차가 충돌했고 31명이 사망했다.
결국 영국 시민들의 철도를 공공화하라는 요구가 커졌고 2002년 철도는 다시 공공기관으로 돌아갔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 기간 동안 영국 정부는 매각 수입을 챙겼고 민간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큰돈을 벌어들였다.
영국이 철도를 기능과 지역별로 쪼갰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철도 쪼개기 정책으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민영화가 된다면 철도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노동환경이 열악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동시에 안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한국 또한 영국처럼 정부와 기업의 배만 불리게 된 민영화 정책에 후회하며 공공성을 되찾기 위한 지난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를 공공교통으로써 유지시키기 위한 싸움이다. '모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공공성과 평등을 위해
공공기관의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때 국정과제에서부터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며 민영화 정책을 발표했다. 민간 기업이 끌고 정부가 뒤에 선다. 민간 기업이 모두에게 필요한 재화‧서비스를 운영하게 되면 국가 책임은 희미해진다.
민영화가 불러올 '역동'이란 기업이 이윤을 남겨가고,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커지고, 국가는 그 책임을 방기하게 되는 움직임뿐이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막아내고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 철도노조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등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한다.
공공성과 평등을 위해 노동자들 곁에 선 이들이자, 동시에 그 공공성의 당사자인 우리는 이 파업에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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