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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만드는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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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만드는 '멋진 신세계'

[노동하는 자유인의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②

새로운 절대종교 유일신의 탄생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가 전지구를 대부분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전통 종교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농업과 유목사회였던 축의 시대(Axial Age)에 생겨난 전통 종교는 그럴 것입니다.

(* 칼 야스퍼스는 기원전 9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까지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 철학 등 인류의 스승들과 종교, 철학 등이 탄생한 시기를 '축의 시대'라고 명명했습니다.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교양인, '2020.)

그러나 산업화와 개발-성장 시대 새로운 절대종교는 오히려 폭발하듯이 확산돼 가고 있습니다. 전세계 80억 인구 가운데 절대 다수가 새로운 절대종교 유일신 신도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교회나 절을 나가는 전통 종교인도 사실은 이 새로운 유일신을 섬깁니다.

다름아닌 '자본 신', '돈 신'입니다. '쩐'(錢)이 최고의 신인 이 종교의 이데올로기는 '무한성장주의'와 '과학기술 만능주의'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물신화된 자본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자본가들도 지배합니다. '법으로 만든 인격체'인 법인을 통해 자본은 사회도 국가도 지배합니다. 생명체인 노동자와 자본가와 달리 자본은 법인이 망하지 않는 한 수명도 무한인 괴물입니다.

오직 더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본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고 새로운 상품 판매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영구동력 기계처럼 자본은 무한 축적과 무한 성장을 반복해야만 유지가 됩니다.

백인들의 유럽 자본주의는 자본의 무한 성장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상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식민지 침략은 독일의 유태인 학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큰 피의 제노사이드(genocide, 대량학살) 전쟁이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니아 원주민을 짐승보다 못한 동물 취급하면서 강간하고, 사냥하듯 가죽을 벗기며 마구잡이로 잔인하게 죽여 버렸습니다. 태즈메니아인들은 백인을 처음 접촉한 지 75년만에 모두 몰살당했습니다.

약 1억 명으로 추정되는 아메리카 인디언은 수백만 명만 살아 남았습니다.(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이학사, 2005)

자본은 자본주의를 더많은 이윤을 벌기 위한 체제로 끊임없이 바꾸어 왔습니다. 식민지 침략을 위해 영국을 제국주의로 만든 건 자본이었습니다.

자본은 기꺼이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독점 자본주의, 수정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디지털 자본주의 등은 그런 자본의 이른바 혁신과 변화를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3차 산업혁명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작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의 가장 수지맞는 투자, 전쟁

자본에게 가장 수지맞는 투자는 뭐니뭐니 해도 전쟁입니다. 1차 세계대전도 2차 세계대전도 6.25동란도,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자본에게는 엄청난 돈벌이 기회일 뿐입니다.

1910년에서 1914년 사이 화약 제조업체 듀퐁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600만 달러였습니다. 1914년에서 1918년까지 1차 세계대전 기간 중 듀퐁의 영업이익은 5,800만 달러로 거의 1,000%나 급상승했습니다.(스메들리 버틀러, 전쟁은 사기다, 공존, 2013.)

포드, GM, IBM, ITT, 스탠다드오일 등 미국의 대자본들은 1933년 히틀러 집권 이후에도 이전처럼 독일에 투자해 돈을 벌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치 독일은 미국의 적국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탱크, 전투기, 석유, 정보통신 기술 등 전쟁에 필요한 핵심 전략불자들을 나치에 팔아 떼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록펠러, 모건 등 국제 금융자본가들도 마찬가지로 1차대전의 패전국 독일에 투자해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전쟁 배상금은 이들이 빌려준 돈으로 메꿔지고 있었습니다. 2차대전이 일어난 이후에도 이들은 전쟁 기간 내내 히틀러에게 전쟁자금을 빌려주고 역시 떼돈을 벌었습니다.

1941년 12월 13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적성국과의 사업 거래를 허용하는 특별명령을 은밀하게 발표했습니다. 적성국교역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으면 사업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박인규, '전쟁국가 미국 2강', 프레시안, 2019. 2. 7.)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는 나치를 지원한 독점 대자본가들과 금융업자들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들 대자본가들이 일반 대중의 시선을 돌려 곤경에서 탈출하고, 멈춰 선 전쟁물자 생산라인도 다시 돌리며 돈을 벌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 다름아닌 6.25동란이었다는 '남침유도론'이 지금까지도 유력한 설로 제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자본의 새로운 식민지, 사람의 몸과 마음

더 이상 개척할 식민지가 없어지자 자본가들은 전혀 새로운 미지의 식민지에 눈독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아닌 인간 자신의 몸과 마음입니다.

때마침 20세기 후반 인터넷의 등장과 21세기 초의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새로운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가들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쪼개고 자르고 분해해서 유전자와 시냅스 등을 비롯한 데이터로 환원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GAFAM 등 극소수 거대 글로벌 IT기업이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란 사실 인간의 몸과 마음, 자연과 세상. 푸른별 지구, 나아가 우주까지를 가상의 데이터로 바꾸어 자본의 최대 이윤 도구로 판매하는 새로운 식민지 침략 전쟁에 다름 아닙니다. (* GAFAM: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2021년 meta로 변경),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거대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머리 글자를 조합해서 만든 용어)

GAFAM 등 실리콘 밸리의 IT기업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기술의 미래는 장밋빛 일색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암을 정복하고 시각장애인에게 눈을 선사하고 노화방지 유전자 기술(anti-aging)로 150살 이상까지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고 선전합니다. 나아가 병든 지구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기후재난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까지 약속합니다. 물론 돈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입니다.

알고리즘을 자연과 세상의 주인이자 소유주 자리에 앉히는 임명장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애틀랜틱> 화면 갈무리

미국, 중국 다음의 세계 3위 전기소비량 제국은? 디지털 제국!

그러나 이들은 디지털 기계는 엄청난 물과 자원, 에너지를 착취하고 소비하며 당연히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숨깁니다.

디지털 산업의 전기소비량은 2017년 전세계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해마다 5~7%씩 증가하고 있고 2025년이면 무려 20%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기소비량으로 치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기욤 피트롱, '종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갈라파고스, 2023.)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정전자 한 기업의 소비 전기량만 해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총생산량의 80% 정도에 이릅니다.

디지털 경제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8년 약 4%에서 2025년에는 2배로 높아질 것입니다. 이메일 1통을 발송하면 최소 0.5g에서 용량이 큰 붙임파일이 더해질 경우 20g 정도까지의 탄소를 발생시킵니다. 이런 메일이 전세계에서 날마다 3,190억통이나 발송됩니다.

지금 이 순간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가 무심코 '좋아요'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순간 아프리카의 어떤 희토류 광산에서는 유소년 노동자가 시간당 1달러도 안되는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석탄과 석유를 불태워 만든 전기가 소비됩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숨통을 조여옵니다.

미세노동자가 없으면 챗지피티도 멈춘다

여기에 더해 산업의 디지털화는 노동자의 삶을 더할 수 없는 극한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경기를 이긴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챗지피티(Chat GPT)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곧 들이닥칠 강(强)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경제는 노동자들의 노동력 판매를 분(分)과 초(秒) 단위로 나눔으로써 노동자 개개인의 노동력조차 분과 초 단위로 해체시켜 디지털 데이터로 환원해 버렸습니다. 월급 노동자, 연봉 노동자에서 일당 노동자, 시급 노동자를 거쳐 이제는 분급 노동자, 초급 노동자로 전락해버린 것입니다.

전세계 수천만명의 플랫폼 노동자, 미세노동자(microworker)가 없다면 디지털 경제는 한 순간에 멈추고 맙니다.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난민촌,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촌의 고학력 여성들이 “단돈 몇 센트”의 돈을 받고 벌이는 라벨링, 콘텐츠 모더레이션 등의 미세노동이 없다면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답하고 해결하는 알고리즘은 결코 작동되지 못합니다. 미세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이 자기 일자리를 빼앗을 인공지능을 교육하기 위한 것인지, 자기 고향을 타격하기 위한 살상용 드론을 제작하기 위한 일인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오늘날 디지털화된 삶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흔히 생각하듯이 알고리즘이 아니라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노동이라는 사실을 분명이 밝혀둔다... "단돈 몇 센트로 사진 속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맡길 수 있는 거죠.”. 세계 최초이자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인 아마존 메커니컬터크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 날 제프 베조스가 세상 사람들에게 고한 말이다.

... 사이트에서는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지 속의 사람에게 태그를 붙이는 일과 같은 단 몇 분, 몇 초 안에 끝나는 초단기 작업을 중개한다... 수많은 노동자, 일명 '터커Turker'의 화면에 그 초단기 작업이 표시되고, 그러면 터커들은 그것을 한 건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플랫폼이 취하는 수수료는 건당 20%다. 작업이 원격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메커니컬터크 노동자들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의 아바타만 볼 뿐이다."

- 필 존스, 김고명 옮김, 노동자 없는 노동, 12~13쪽, 롤러코스터, 2022.

미국 중하위 1억 3천만명의 재산과 같은 베조스-게이츠-버핏 3인의 재산

물과 자원과 에너지가 없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단돈 몇 센트'로 표현한 수많은 미세노동자가 없다면 디지털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제프 베조스가 시간당 벌어 들이는 돈은 이들 미세노동자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까마득합니다. 베조스가 시간당 1,300만 달러를 벌 때 이들 미세노동자들은 2달러도 못법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불어난 베조스의 자산은 전 세계 80억 인구 모두에게 안전하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2021년 7월 베조스와 그의 몇몇 친구들이 호화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떠날 때, 지상에서는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음식을 살 수 없었던 수백만 명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주선을 타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지불해 준 아마존의 전직원과 고객에게 감사드립니다.”(옥스팜,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한글 요약본, 2022, 1.)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2023년 3월 기준 1,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50조원이나 됩니다. 제프 베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3인의 부는 미국의 중하위 1억 3천만 명의 부와 같습니다. 이 숫자는 얼마 전 1억 2천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이혼으로 재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억만장자 26명의 재산은 전세계 하위 인구 절반의 재산과 같습니다.

이같은 극단의 불평등은 디지털 자본주의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사람 몸과 마음의 디지털 데이터화를 통한 착취와 자연 착취 또한 자본주의의 극단화된 자유시장경제 논리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노동자 정당의 이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나 규제, 대안 제시를 통한 해결 방안이 없거나 실패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한국ILO협회의 『국제노동』 255호[2023년 여름호]에 발표한 것을 수정 보완했음을 밝힙니다.)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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