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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싸우라"에 '전사' 된 한덕수, '한동훈 따라잡기' 나선 박민식·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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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싸우라"에 '전사' 된 한덕수, '한동훈 따라잡기' 나선 박민식·원희룡

"의원님 말씀 다 틀렸다", "공부 좀 하시라"…尹 '싸움' 주문 후 거칠어진 총리·장관들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의원님 말씀은 다 틀렸다", "공부 좀 하시라" 등 야당 의원들에게 막말에 가까운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현 정부 비판에 전 정부 비판으로 답하는 '한동훈식 화법'을 무기 삼는 모습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싸움'을 주문한 이후 두드러진 변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여러분은 정무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라며 "여야 스펙트럼의 간극이 너무 넓으면 점잖게 이야기한다고 되지 않는다. 전사가 돼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이 야당 의원과의 질의에 공격적으로 답변하는 일이 잦아졌다.

'식물총리' 한덕수의 변신 "그건 의원님 희망", "공부 좀 하시라"

가장 눈에 띄게 변한 이는 '식물총리'라는 말까지 듣던 한덕수 국무총리다. 지난달 31일 예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취지의 질의에 한 총리는 "그건 의원님의 희망"이라며 "왜 국민들이 다 그렇게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정하나"라고 맞섰다.

이에 기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 하루 전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결과 보고서) 결재를 이례적으로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하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의원님 말씀은 다 틀렸다"며 "의원님의 그런 말씀이 국민을 가르는 것이다. 의원님 말씀이 통합을 안 지키는 것이다. 의원님 주장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총리의 전투성은 대정부질문에서도 유지됐다. 지난 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한 총리의 '정부가 북한이 도발할 의지를 꺾어버렸다'는 주장에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닌가"라고 하자 한 총리는 "천만에. 의원님이 착각하고 계신 것"이라고 되갚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항의가 나오자 한 총리는 "정말 공부 좀 하시라. 여러분"이라고 비꼬았다.

김경협 의원이 제조업 수출, 설비투자 감소, 가계소득 후퇴 등 경제 상황 악화를 거론하며 "알고 있나"라고 물었을 때도 한 총리는 "대한민국에 비관적인 설명에 대해 하나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군 관련 질의를 이어갈 때도 한 총리는 공격적 태도로 일관했다. 김병주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꺼내들며 '해군에 방사능 측정 장비가 없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해군을 갈라치기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병주 의원이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을 보고받았나"라고 묻자 한 총리는 "육사가 결정하면 되는데 총리가 보고받는지를 의원님께 보고를 드려야 하나"라고 답을 거부했다.

김병주 의원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관련 국방부 대응을 거듭 문제삼을 때도 한 총리는 "대한민국 군 내부가 그렇게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의원님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한 총리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홍범도 장군 생전 대한민국의 주적은 어디였나?"라는 질의에 "이 문제를 너무나 정치화하고 이념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반발했다. "사퇴하실 생각 없나"라는 위 의원 질의에도 한 총리는 "전혀 없다"며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너무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6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싸우라' 주문 이후 '한동훈 따라잡기' 나선 국무위원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공격적으로 맞서는 태도의 원형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한동훈식 화법'의 요체는 현 정부 비판에 '전 정부는?'이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약속 시간에 왜 늦었나'라는 질문에 늦은 이유를 설명하기보다는 '너도 늦었다'고 맞선 셈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해 7월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 방문 출장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하자 한 장관은 "지난 정부 장관보다 수행원도 줄였고, 액수도 60%로 맞췄다"며 "공개 바로 하는데, 대신에 지난 정부 법무부에 있었던 것도 공개 청구를 같이 해달라"고 응수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시절 특수활동비, 한 장관 미국 출장비 공개 등 소송을 벌인 "'세금도둑 잡아라' 단체를 아나"라고 묻자 한 장관은 "세금도둑 잡아라 단체는 주로 민주당과 발을 맞춰서 일하는 단체"라고 받아쳤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의 검찰 선배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위증 및 불출석 사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지만 사건이 영등포경찰서로 이관된 일을 거론하며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가 고발한 건은 마땅히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때도 한 장관은 "직접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의 '싸우라'는 주문 이후, 이같은 '한동훈식 화법'은 한 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에게도 퍼져 나가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백선엽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을 건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백선엽이 스물 몇 살 때 (행적 때문에)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인 문용형 그 분도 1920년생으로 나이가 거의 똑같고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다"고 응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해달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앞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21대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법안 처리에 관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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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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