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잦은 심부름에 화가 나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아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풀려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박준용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36) 씨에게 원심 징역 3년 6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월 31일 오전 8시 15분쯤 부산 영도구 한 주택에서 함께 살던 아버지 B(68) 씨의 머리를 둔기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단둘이 거주하면서 평소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도 직접 수발해 왔다.
그러다 A씨는 B씨가 잦은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식사를 제대로 차려주지 않기 시작했고 끝내 둔기를 이용해 여러 차례 머리를 때렸다.
다행히 B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서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존 존속살해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되 특수상해죄를 적용해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친 수발로 불만이 쌓인걸로 보인다. 피해자의 사망을 직접적으로 바라고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은 36살 남성으로 170cm, 100kg 이상이고 피해자는 68세로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이다. 피고인이 올라타서 망치로 죽일 마음으로 내리쳤다면 2cm정도 찢어지는 상처에 그치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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