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주담대 증가세를 이끄는 50년 만기 상품이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 상품 취급에 규제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월 말 현재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 원이었다. 전월(679조2208억 원) 대비 1조5912억 원 증가했다. 지난 5월이후 4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아울러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 2021년 11월(2조3622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 증가였다. 8월 한달 사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2조8875억 원에서 514조9997억 원으로 2조1122억 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1조5912억 원)보다 주담대 증가분이 더 크다. 한 달 만에 2조 원 이상 주담대가 증가한 것은 작년 12월(2조3782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담대 잔액이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큰 논란이 되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과 특례보금자리론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고 집값을 밀어올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7월 말 8657억 원에서 지난달 24일에는 2조8867억 원으로 급증했다. 약 한 달 사이 2조 원 넘게 불어났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주담대 증가세의 상당부분이 50년 만기 상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50년 만기 상품으로 인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이에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NH농협은행·수협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 대출 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 등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되, 대출 한도는 50년이 아닌 40년 만기로 간주해 DSR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납임 만기는 50년으로 유지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적용하는 산정만기는 40년으로 단축해 대출자가 상환여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이미 상품 출시 반년 만인 7월말 기준 한해 공급목표 39조6000억 원의 대부분인 31조1285억 원이 소진된 가운데, 앞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취급 금리를 일반형 0.25%포인트, 우대형 0.20%포인트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이미 금융권 일부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 NH농협이 지난달 말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고 한화생명도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다주택자의 경우 아예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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