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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5만5천 해양생물 수를 유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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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5만5천 해양생물 수를 유지하는 방법

[함께 사는 길] 베트남에서도 흰고래 '벨라'의 비극을 만들 셈인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5200t 규모의 수조에 벨루가(흰고래), 바다사자, 물범, 펭귄 등 650종 약 5만5000마리의 해양생물을 전시하는 수족관이다. 개장 초기부터 현재까지 벨루가 폐사, 해양포유류 실내 전시 등 동물복지와 윤리적 문제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롯데그룹은 2023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곳에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족관 해양생물 수를 유지하는 비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본질은 집객시설(고객 유입력을 가진 시설)이다. 롯데는 그룹의 숙원사업인 잠실 롯데월드몰을 조성하면서 고객들을 유입시킬 목적으로 도심 한 가운데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만들었다. 롯데 입장에선 아쿠아리움의 영업 실적이 좋아 흑자가 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집객기능만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손해가 아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누수와 영화관 바닥진동 등 안전을 이유로 해당 시설을 영업정지 하자 롯데월드몰 입점 상인들은 고객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서울시에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의 영업 재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쿠아리움의 집객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지름 7.5m 수족관에 갇힌 흰고래 '벨라'. 벨라와 함께 지내던 '벨로'의 사망으로 벨라 혼자만 남았다. ⓒ동물해방물결

지난 2016년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벨로'가 폐사하고 사회적 논란이 되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다급하게 동물단체와 만나 더 이상 고래를 수족관에 반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롯데는 롯데월드몰 지하 변전소 문제,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싱크홀 문제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벨로의 죽음으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 셈이니 아쿠아리움도 난처한 상황인 것 같았다.

당시 동물단체에서 활동하던 나는 아쿠아리움 측과 회의를 한 후 롯데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시설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메인 수조 너머로 작은 정어리들이 군집을 이루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직원이 말했다. “우리는 정어리 떼가 덜 죽어요.” 직원은 롯데의 수질관리 기술이 좋아 정어리들이 일정 기간에 죽는 비율이 다른 수족관에 비해서도 낮다는 설명을 자랑스레 곁들였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2주 동안 정어리의 15% 정도가 감소한다는 식이었다. “아… 정어리가 계속 사는 게 아니에요?” 나는 수족관이 해양생물의 죽음을 비율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지의 동물원은 개체마다 이름을 붙이고 관리하지만, 아쿠아리움은 5만5000마리 해양생물 모두에게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수족관에서 해양생물이 그렇게 빨리 죽는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다른 곳보다 덜 죽든지 더 죽든지 어찌 됐건 수족관에선 해양생물이 계속해서 죽는다. 그러면 수족관에 있는 5만5000마리 해양생물의 수는 어떻게 유지된다는 것인가? 답은 바다에서 계속 잡아오는 것이다.

1957년 영국에서 창립한 동물전시 반대 단체인 '동물을 위한 자유(Freedom for Animals)'는 2014년부터 세계 최대의 아쿠아리움 브랜드인 'SEA LIFE'의 거짓을 폭로하는 캠페인(SEA LIES)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조사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아쿠아리움이 '매주' 야생에서 잡은 해양동물을 구입하고 있으며 구입한 뒤 수족관으로 이송하는 동안에도 많은 숫자가 폐사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이기는 하지만 롯데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형 아쿠아리움도 이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바다에서 잡은 생물을 정기적으로 얼마나 구입하는지는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롯데가 수족관 안에서 자체 번식에 성공했다고 홍보하는 몇 종의 생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다에서 온다고 보면 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홍보 자료와 기사를 보면 훔볼트펭귄, 부채가오리, 흰동가리, 빅벨리해마, 프라이드에그해파리, 우파루파, 작은발톱수달, 물범 등의 자체 번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롯데의 전시 생물이 650종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수백 종 이상이 야생에서 잡아오거나 야생에서 잡은 것을 구입해 온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사람은 바다에 생물이 굉장히 많은데 일부를 가져온다 한들 큰 영향이 있겠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분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먹기 위해 해양생물을 잡는 어업마저도 생태적·윤리적 이유로 남획을 경계한다. 그런데 단지 구경하기 위해 해양생물을 계속 잡아오고 죽을 때마다 매주 또 잡아온다면, 우리는 그런 시설을 왜 허용해야 하는가?

▲ 지난 4월 3일 롯데월드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동물해방물결'이 주최한 '수족관 돌고래 벨라의 귀한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어린이 회원이 "벨라를 바다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런 시설의 유지와 수출을 허용해야 하나

롯데는 아쿠아리움이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해양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아마 베트남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락과 체험을 위해 야생생물을 끊임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아쿠아리움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롯데가 정말로 해양생물 연구와 교육을 하고 싶다면 계속 해양생물을 잡아와 구경하는 시설에서 할 것이 아니라 학교를 만들면 된다. 지금도 일부 교육계는 대학교의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한다. 하물며 상업시설에서의 교육은 어떠할까?

지금 롯데가 벨루가는 야생에서 50년까지 살지만 수족관에서는 몇 년 살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교육하는가? 자체 번식한 물범과 펭귄을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실내에 사육하는 것이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의 기본적인 권고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교육하는가? 아니면, 수족관에서 생물들이 계속 죽기 때문에 바다에서 정기적으로 야생생물을 구입해 채워 넣고 있음을 자세하게 공개하는가? 아쿠아리움에서의 교육은 아주 제한적이며 상업적 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관람객이 들으면 행복해할 왜곡된 정보, 선택적 정보만을 공개하면서 교육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다. 야생에서 잡아 온 거북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자제하고 야생의 거북이를 보호하자는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인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일본과 한국에 이은 3번째 시장으로 베트남을 공략 중이다.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베트남 롯데 아쿠아리움 역시 같은 집객기능을 기대하고 건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벨루가 폐사 등 각종 문제로 고생을 하고서도 롯데가 또다시 야생생물을 전시하는 수족관을 건설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쇼핑몰의 집객시설은 아쿠아리움이 아니어도 각종 문화시설로 대체가 가능하다. 롯데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생태계를 존중하는 ESG경영이다.

▲ 해양생물의 탈을 쓴 시민 활동가들이 롯데그룹 신동빈 대표의 방류 책임 방기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 '동물을 위한 자유'는 해양생물 수족관 사업을 하는 아쿠아리움들이 '수족관에서 죽어가는 해양생물의 수만큼 매주 새로 바다에서 잡은 해양생물들을 들여오고 있다'고 폭로하며 이를 반대하는 캠페인(SEA LIES)를 벌였다.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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