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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채수근 사건 담당 해병 수사단장이 '항명수괴'? "대통령 지시 지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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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채수근 사건 담당 해병 수사단장이 '항명수괴'? "대통령 지시 지킨 것"

故채수근 상병 사건 조사 중 보직해임·형사입건 … 변호인 "인생 최대 억울함"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보직해임 및 형사입건 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본인은)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라며 군 측 조치에 항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9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박 대령의 입장문을 공개하고 "(박 대령은) 인생 최대 억울함을 참고 인내하며 이번주 금요일(11일)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입장문에서 박 대령은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하였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접, 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라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조치를 받았다. 같은 날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형사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박 대령이 작성한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사단장을 포함한 관련자 8명의 '업무상 과실' 혐의가 적혀있었다. 사단장 혐의 등이 적시된 해당 보고서가 문제가 됐다. 해병대는 지난달 31일 해당 결과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 브리핑은 예정시간 1시간을 앞둔 오후 1시에 돌연 취소됐다. 군에 따르면 같은 날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하려던 해당 보고서의 이첩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고, 군은 이에 따라 수사단장인 박 대령에게 보직해임 등의 조처를 취했다. '이첩 관련 내용을 미리 보고했고, 공식적인 이첩 중단 명령을 들은 바 없다'는 박 대령의 8일 입장문 내용에 따르면 군이 제시한 '항명' 혐의의 정당성은 약해진다.

박 대령은 법무관리관 등의 의견전달에도 불구하고 사단장 혐의 등을 적시한 수사결과 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이유에 대해서는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또한 사건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저에게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정정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엔 박 대령 보직해임 사실과 사단장 혐의 적시 변경 등 수사결과 보고서 변경 사항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의혹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 ☞ 석연치 않은 故 채수근 상병 조사보고서 변경…국방부 '윗선' 개입 의혹 제기)

8일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군인권센터 측은 "지금 군에선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사단장 등이 아니라 수사단장을 포함해 대대장 등 관련 실무자들이 보직해임 된 상황"이라며 "일부 보도내용처럼 여기에 대통령실 지시 등의 윗선 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7일 윗선개입 의혹을 부정하며 "그 보고서(사단장 혐의 등이 적힌 이전 보고서) 보고 내용을 그대로 이첩했을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대령의 입장문 전문 ⓒ군인권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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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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