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소속 부대가 해병 제1사단으로부터 부대원들의 휴가, 면회 등을 전면통제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4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 1사단은 지난 22일 ~ 23일 주말 사이 채 상병과 함께 예천 실종자 수색임무에 투입됐던 채 상병 소속부대 동료 대원들의 휴가·외박·외출·면회를 전면통제했다.
휴가 통제 사실은 부대원 가족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사고 이후 대원들의 고충을 전해들은 가족들이 병원진료 및 심신안정 목적의 출타를 요청하거나 면회를 신청했는데, 이때 군 측은 휴가·면회 등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임무에 투입되었던 대원들은 안이하고 황당한 임무 투입으로 인해 동료를 잃고 스스로도 위험한 상황에 내몰린 피해자"라며 "이들이 진실을 외부에 알릴 것이 두려워 입을 막고자 통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센터 측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자 해병대사령부는 "해당 부대원들의 출타를 통제한 사실이 없고, 오늘(24일) 아침에도 휴가를 정상 시행하고 있다"라며 "군인권센터의 부정확한 자료 제공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측의 해명에 대해 "사실관계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센터는 같은 날 오전 해병대 측의 해명이 이루어진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군인권센터가 지적한 것은 사고 이후 생존자 가족들이 소속 부대로 연락하여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염려하며 휴가·외박·외출·면회 등을 요구한 데 대해 (해병대가) 전면통제를 결정하여 가족들에게 회신했다는 사실"이라며 "오늘 오전 정상 시행되었다는 휴가는 사고 이전에 이미 계획돼 있던 휴가로 생존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는 출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사령부 해명대로면 군인권센터에 '부대에 출타, 면회를 요청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제보한 생존자 가족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물으며 "엉뚱한 답변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해병대사령부의 처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고 채 상병은 앞서 지난 19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후 같은 날 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후 △채 상병과 동료 대원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없이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는 점 △전문적인 훈련이나 안전대책 등이 부재했다는 점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고와 관련한 '인재(人災)' 논란이 일었다.
군인권센터는 "사단 지휘부가 사고와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해병대가 내부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군사법원법에 따라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는 군사경찰이 아닌 민간 경찰의 수사 관할이다. 이번 사고는 채수근 상병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건인 만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즉시 수사 관할을 민간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해병대 측은 지난 20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구명조끼 미지급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무리한 수색작업 독려, 안전대책 없는 수색방식 고수 등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은 수사단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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